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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플라워 -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되는 비밀스런 이야기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금서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끝까지 읽으면서 왜 이 책이 금서로 지정되었는지 모르겠다. 금서 논쟁에 서 있다는 이 책은 학생과 도덕주의자들이 논쟁의 주체다. 동성애, 음주, 섹스, 흡연 등을 하는 청소년을 보여주는 점이 도덕주의자들의 입장에서 상당히 거슬리는 모양이다. 이미 현실에선 수없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들은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포장하고 싶은 모양이다. 학생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주변에서 본 풍경과 내면이기에 열광한다. 너무 분명한 자신들의 모습이기에 이를 숨기고 왜곡하려는 자들에게 반발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월플라워. 이 단어의 의미는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소위 왕따다. 이 소설의 화자인 찰리가 바로 그렇다. 어린 시절 헬렌 이모가 죽은 여파로 정신적으로 약간 문제가 생긴다. 그의 평소 모습 때문에 주변에 친구들이 거의 없다. 그런 그에게 변화가 생긴다. 그 변화의 시작은 친구 마이클의 자살이고,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이다. 마이클의 죽음은 비교적 평온했던 그의 내면을 뒤흔든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익명의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이 소설은 이 편지들 모음이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한 소년의 깊은 어둠과 밝음과 과거와 현재다.
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일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일기가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면 편지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바로 이 점이 이 소설에 공감대를 더 형성하게 만든다.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점도 그렇다. 자신의 감정도 제대로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자신 앞에 다가온 현실에 주저하고, 흔들리고, 유혹에 넘어가는 찰리의 모습은 바로 성장기에 있는 우리다. 아니 성장기로 한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
표지에도 나오지만 소설 속에 다른 작가의 소설이나 영화도 많이 나온다. 반가운 책들도 많이 있다. 이 책들은 찰리가 성숙해지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바로 친구다. 물론 그가 그들 때문에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꼭 그들 때문에 벌어졌다고 단정지울 수는 없다. 그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기회가 생겨 먼저 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친구들이 모두 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만 유별나게 움직인다는 것은 힘겹게 얻은 친구들과의 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하지 않는다고 그 관계가 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 사이에 놓인 벽을 허무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비록 나 자신이 이런 것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현실을 거부할 정도는 아니다.
찰리의 시선은 순수하다. 세속의 때를 덜 탄 것이다. 이런 눈으로 본 세상은 부조리하고, 이기적이고, 불안정하고, 무서우면서 놀라움을 간직하고 있다. 자신을 조용히 안아준 사람에게 따스함을 느끼는 장면에선 그가 느낀 불안과 외로움이 전해지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쉽게 이어지지 못하는 장면에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인간관계에 서툴러 벌어지는 사건들은 그냥 웃고 지나가기엔 그 당사자들에게 가혹한 것 같고, 사실을 자신만 알려고 숨기는 모습에선 배려심이 살포시 묻어난다. 이런 과정을 지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그의 모습은 왜 이 소설을 성장소설이라고 하는지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