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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뜨는 여자
파스칼 레네 지음, 이재형 옮김 / 부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쉽게 읽히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예상 이상이다.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문장과 구조는 더디게 읽혔다. 마지막 장면은 처음엔 생소했지만 다른 이의 후기에 나오는 영화 속 장면처럼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쉽게 윤곽이 잡히지 않는다. 해설처럼 소통으로 보아야 하겠지만 말없이 등장하여 옛 연인에게 말하면서 끝나는 장면을 생각하면 가슴 한 쪽이 아린다.
뽐므.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평범한 가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버지는 어느 날 짐을 싸서 나가고, 그것을 본 엄마는 말리지 않고 자는 그녀를 깨워 인사를 시킨다. 먹고 살기 위해 매춘을 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그녀가 일반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친구도 거의 없고, 자란 후 사귄 친구는 어느 날 휴양지를 그녀를 버려두고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연인 에므리와 사랑에 빠지고 동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둘은 맞지 않다. 헤어진다. 뽐므는 거식증에 걸리고 병원에 입원한다. 그녀를 찾아온 옛 애인과의 짧은 만남. 그리고 긴 여운.
많지 않은 분량이니 줄거리를 요약해도 간단하다. 하지만 결코 소설은 간단하게 읽히지 않는다. 잘 읽지 않은 후기를 읽은 것도 소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것이 있다. 예전에 이 소설이 나온 후 절판되었을 때 출판사로 작가들이 많은 문의를 하였다는 사실이다. 나 같은 일반 대중이 읽기엔 뭐야! 혹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등이 일반적인 평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들은 쉽게 읽히지 않는 이 소설에서 다른 많은 매력을 찾은 모양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 이상으로.
뽐므를 지금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뽐므의 행적으로 보면 답답함과 순진함이 교차한다. 조금 더 영악하게 행동했다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자신의 환경에서 대화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그녀가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에므리와의 사랑에 빠진 그 순간 열린사회로 한 발 내딛지만 곧 자신의 울타리로 돌아온다. 연인과의 이별 후 어머니와 대화를 통해 그 아픔을 풀어내려고 하지만 그녀도 어머니도 대화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런 그녀가 거울이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거식증에 걸리고 무리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소설을 읽고 난 후 영화를 상상해본다. 대사가 거의 없고, 자신을 안으로 품고 있는 그녀를 생각한다. 먼저 본 이들은 건조한 느낌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 다른 모습의 전개와 여운을 말한다. 작가가 각색을 했다니 아마 같지만 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하지만 좀더 편안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문장으로 그 상황이나 장면을 해독하고, 갑자기 끼어든 작가의 해설이나 낯선 전개는 최소한 영화 속에선 많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더딘 속도로 읽고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다른 이처럼 나도 줄을 치거나 한 문장씩 음미하면서 읽는다면 아마 그녀를 좀더 잘 이해하고 이 소설이 지닌 가치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