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급사회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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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부동산은 불패신화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 책에서 잘 나타나듯이 10년 주기로 부동산 가격은 폭등을 하고 있다. 폭등으로 인한 불로소득 대부분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하지만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 그들은 자신들도 그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득을 얻었거나 얻기를 바라며 부동산 광풍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새로운 세기에 들어와 강남에서 시작한 그 광풍은 전 국토를 달궈 놓았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물가 상승률이나 금리를 심하게 초과하는 현실에서 그냥 집을 사지 말라고 말리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항상 일본의 예를 들면서 거품을 조심하라고 말하지만 만약 다시 집값이 뛴다면 그들이 집을 가질 기회는 영원히 없게 된다. 이런 불안감은 사회 전반에 깔려 있고, 언론과 학자들은 이를 부채질한다. 또 부동산으로 조금이나마 불로소득은 얻은 경우 자신의 주변사람들을 그 광풍에 동참시켜 거품을 더 거대하게 만들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위험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부동산 실태를 파헤치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고 하였지만 엄청나게 많은 통계 자료들은 현실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지는 모르지만 편안하게 읽게 만들지는 않는다. 이 책에 나오는 자료 일부는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접한 것이지만 상당수는 낯설다. 몇몇 자료들은 나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어 놓기도 하고, 점점 읽으면서 억이란 숫자에 무감각해지는 나 자신에 섬뜩 놀라기도 한다.

 

모두 여섯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부동산 무엇이 왜 문제인가라는 문제 인식에서 부동산으로 인한 빈부 격차와 삶의 질 차이를 지나 부동산 100대 부자들을 통해 부의 집중을 다루고 그에 대안으로 마무리 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 일련의 작업은 그가 심상정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얻은 자료와 정부와 기업의 통계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지적했듯이 자료들의 많은 부분이 필요에 의해 왜곡되기도 하고 합리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거나 누락된 부분이 많아 정확한 자료를 산출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은 것 같다. 이 점은 부동산 5적으로 지적한 건설재벌, 부동산 관벌, 정치인, 보수언론, 일부 학자들의 소유와 주장을 유심하게 들여다보면 정확하게 일치하는 대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재 이명박 정권은 공급 확대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현재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시점임을 생각하면 공급 확대가 해결 방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갈아타기를 위한 건설 물량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소수의 사람들에게 과도하게 집중되고, 정당한 노동보다 로또와도 같은 부동산 불로소득에 열중하는 대부분의 무주택자나 1가구 1주택의 시민들을 생각하면 악순환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이 서울 시장을 맡고 펼친 뉴타운이 기존의 거주민을 몰아내고 부동산 거품을 부풀린 현실을 생각하면 이 정책이 결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건설업체 관련 비리는 엄청나다. 4차 부동산 광풍으로 엄청나게 많은 건설업체가 생겼다. 이는 결국 수많은 건설사의 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들이 생길 당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챙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에 읽은 연구보고서에서 최저입찰제를 방해하면서 얻게 되는 대형 건설사들의 과대 이익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들로부터 정치 자금이나 비자금을 얻은 정관계를 생각하면 부동산 5적이 한국 경제를 기초부터 흔들어놓을 수 있는 흉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금호그룹이 대우 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합병하게 된 배경도 그 당시 엄청나게 붐이었던 아파트 열기 덕분이었음을 생각하면 현재 그들이 겪고 있는 유동성의 문제와 대우건설의 안일한 미래 대처방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일련의 사태가 현재 한국 부동산 문제를 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통계자료를 통해 부동산을 보여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극적인 자료들이 많이 나온다. 놀라운 자료들은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들고, 왜 한국의 부동산 문제가 경제의 건전성이나 미래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지도 알려준다. 점점 부동산으로 대별되는 빈부 격차가 삶의 격차와 미래로 고착되는 현실은 자본주의 폐해의 극단으로 치닫는 느낌을 전해준다. 분명 부동산에 거품이 존재하지만 그 거품이 터지면서 벌어질 수많은 부작용은 일본보다 허약한 한국경제의 체질을 생각하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부동산 체제에선 국민들이 제대로 된 삶의 수준을 유지하는데 방해만 될 뿐이다. 그런 점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몇 가지 방안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모든 방안이 현실에서 비록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나 후분양과 분양 원가 공개나 전,월세금 보증센터 같은 경우는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쉽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실행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에 대한 조직적인 부동산 5적의 공격이 예상되지만. 

 

 부동산 계급을 도표를 보면서 이 계급의 구분이 너무 포괄적이라 현실 적응에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특히 2계급과 4계급의 경우 전세가가 집값보다 높은 경우도 많기에 좀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현실을 모두 반영하여 도표를 만드는 것이 사실 불가능한 일에 가깝지만 책을 읽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좀더 정밀한 작업물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가 지적했듯이 부동산을 둘러싼 정확한 자료와 통계가 지속적으로 나와서 올바른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잠시 통계 자료가 있는데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의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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