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유전자
뤽 뷔르긴 지음, 류동수 옮김 / 도솔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농약 없이 풍작을 이루는 기술과 이를 둘러싼 음모라는 자극적인 부제가 달려있다. 만약 이것이 단순히 음모에 의한 것이라면 전 세계의 식량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일대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과연 그럴까?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운 발견과 함께 의문점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이 엄청난 과학적 발견이 현재까지 잘 알려지지도 않고 상업적으로 이용되지 않는 이유를 단순히 음모로만 규정짓기에는 너무 무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책은 네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역진화, 원시의 기억, 미래의 흔적을 찾아서, 제3세계의 희망이다. 시작은 스위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한 과학자가 실험하는 것을 생중계로 보여주면서부터다. 전기장을 이용한 실험인데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식물의 모습이 드러난다. 화석과 비교하니 선사시대 고사리와 일치한다.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놀라운 실험 이후 구이도 에프너 박사와 하인츠 쉬르히는 더 많은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전기장 실험 결과는 놀랍다.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선 볼 수 없던 식물이나 어류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나타난 것이다. 유전자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또 마른 버짐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치료한 대목에 이르러선 나의 뇌는 sf적인 상상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 상상력은 두 과학자가 소속된 회사에서 더 많은 연구를 포기하면서 음모론으로 옮겨간다. 왜 이렇게 좋은 과학적 발견을 중단하는 것일까?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발견이란 단순한 논리만으로 충분히 설득력이 없다. 뭔가 좀더 설득력 있고 풍부한 자료가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전기장에 의해 나온 결과물은 놀랍다. 농약 없이도 많은 수확이 가능하고, 보통의 송어보다 더 큰 송어가 나오는 등 눈길이 절로 간다. 그러나 이런 대단한 성과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유전자 조작은 아니라고 하지만 인위적으로 전기장으로 이용한 작업이 과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합할 것인가와 소량이 아닌 대량 작업이 이어질 경우 어떤 여파가 있을지 자료가 부족하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에 의해 실험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음으로써 필요한 데이터의 축적이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이야기 중 하나는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 탕감이 독재자들의 부 축적과 부패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예전에 그냥 흘려 들었던 이야기다. 그리고 다국적기업의 실험장으로 이용되고 현실에서 그들이 또 이 실험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럽다. 분명 전기장 실험의 결과는 놀랍다. 하지만 수천만 년을 진화하면서 변한 인류와 현 자연을 생각하면 과연 역진화으로 태어난 품종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더 긴 시간을 두고 충분히 연구해야 할 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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