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마지막 카라반 -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간 낙타 카라반의 12,000킬로미터 대장정
아리프 아쉬츠 지음, 김문호 옮김 / 일빛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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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고 대충 넘겨보았을 때 사진집인줄 알았다. 적지 않은 사진들이 먼저 눈을 자극하였다. 하지만 차분히 책을 넘기자 그 장대한 여행의 시작을 만났다. 중국 서안에서부터 시작한 실크로드를 따라간 12,000Km의 대장정은 가슴속에 아련한 그리움과 호기를 불러왔다. 나도 한 번 가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리고, 그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예상한 것과 다른 모습에 놀라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에 다시 한 번 더 놀랐다. 하지만 예상한 것과 조금 다른 전개와 사유가 조금은 아쉬움을 전해주었다.

 

12,000Km의 거리에 대한 감이 없다. 서울 부산이 350Km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몇 번을 왕복해야 할까 정도가 전부다. 그것도 고속도로를 차로 달리는 것이 아닌 예전 카라반들이 했던 것처럼 낙타로 이동하다니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다만 매일 30Km씩 터키에 가까워진다는 말과 1년 6개월이란 긴 시간만이 얼마나 험하고 힘든 여행이었는지 미루어 짐작하게 할 뿐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긴 시간을 이런 속도로 움직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온몸이 쑤시고 조급증에 시달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낙타와 함께 중국,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터키를 가로지르는 대장정을 마무리하였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에게 기회가 된다면 과연 시도할 용기가 있을까? 의문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중국이다. 이 거대한 대국에서 그들은 낙타를 다루는 훈련을 받고 선조들의 위대한 발자취를 뒤좇는다. 중국에서 보낸 8개월은 티베트와 신강 위구르 자치구를 지나오는데 그 속에서 현대사 비극의 한 장면들을 만난다. 근대화란 이름으로 사라지는 민족 고유의 문화나 독립을 외치는 민족들의 대학살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저자에겐 반가운 만남도 있다. 터키어를 사용하는 민족과의 조우나 실크로드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문화유산과 유적들. 그리고 대장정의 시작에서 비롯한 기대감과 조금씩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그들 자신. 이 이동은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문제와 만나고 슬기롭게 혹은 힘겹게 해결하면서 서쪽으로 이어진다.

 

실크로드. 예전에는 비단길로 우리가 불렀던 이 길을 선조들처럼 낙타와 함께 출발한다. 하지만 그들의 낙타에 실린 물건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고대의 카라반은 무역을 위해, 종교를 위해 움직였지만 지금은 하나의 이벤트다. 이벤트 속에 나오는 이야기는 사실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그 거대한 발자취가 주는 의미가 생생하게 살아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풍부한 사진은 여행서에서 본 것과 별 다른 차별이 없고, 전체를 이어주는 강한 카라반의 행적이 각 지역의 에피소드에 묻혀 살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대장정에서 고대 카라반들의 어려움을 알 수 있지만 실제 그들이 겪었을 어려움이나 문화의 이동을 유기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또 가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은 즐거울 수도 있지만 가끔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대목은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환영 행사다. 조그마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행사는 기쁨과 즐거움을 주지만 홍보용으로 이루지는 의전 행사는 이 대장정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만약 저자가 이런 행사들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줄이고 각 지역의 변화에 더 많은 쪽을 할당했다면 좀더 충실하고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긴 대장정에서 기대한 고대 카라반과 현대 카라반 이동의 차이와 문화와 경제적 교류가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것도 역시 아쉽다. 가슴속으로 실크로드에 대한 그리움과 과거의 유적과 현대 국가들의 변모를 상상하면서 이 아쉬움을 살짝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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