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이양호 지음, 박현태 그림 / 글숲산책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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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라는 이름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미국 영화 원제를 보니 공주(PRINCESS)란 단어가 보이지 않았다. 단지 SNOW WHITE란 제목만 눈에 들어왔다. 이때 이상하게 생각하였는데 그 이상의 탐구도 진전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 생긴 의문과 호기심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꿈틀거리고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쥐고 읽으면서 원작과 다른 점을 많이 발견하지 못했다. 백설공주를 새하얀 눈 아이라고 부르고 7살 정도의 어린 나이에 궁궐을 나왔다는 것 정도가 시선을 끌었다. 독어를 모르니 정확한 번역을 알 수 없지만 영어로 번역된 것을 생각하면 새하얀 눈 아이가 더 맞을 듯했다. 하지만 7살이란 어린 나이는 뒤로 가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저자는 이 나이를 상징적으로 것으로 풀어내면서 무리가 없는 것처럼 말하지만 난쟁이들의 침대에서 쉽게 잠드는 것을 보면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혹시 저자의 텍스트 해석이 너무 일방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책은 기존의 백설공주를 새하얀 눈 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한 책이다. 그렇지만 새롭게 번역된 동화보다 텍스트 해석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의역보다 직역에 충실한데 읽다보면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 문장 하나하나와 단어 하나하나를 분석하면서 의미를 해석하고, 상징을 풀어 보여준다. 그 과정이 일방적인 흐름이 아닌 독자에게 질문을 먼저 던지고 해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충분히 숙고하면서 지나오기엔 나의 마음이 너무 바쁘다. 그러나 문학을 이해하고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어떨까? 아마 그들에겐 정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동화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고 이 짧은 글 속에 이렇게 많은 의미와 상징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그들이 상상이나 했겠는가!

 

번역에서 재미있는 점은 새하얀 눈 아이라는 제목의 변화가 아닌 옛날 할머니들이 손자들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문장이 꾸며졌다는 점이다. 그림 형제가 쓴 책 제목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에서 이 책이 어린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대상으로 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이 점은 굉장히 중요하다. 흔히 우리가 동화(童話)로 번역하면서 그 대상을 어린이로 한정시키고 어른들을 밀어낸 것이다. 나 또한 청소년문학이니 아동문학이니 하는 구분 때문에 놓친 책들이 많기에 이 부분에선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장점들 중 하나가 나의 독서 영역을 더 확장시켰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 자신이 저자의 해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과연 그림 형제가 저자가 풀어낸 수많은 상징과 의미를 생각하면서 글을 쓴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꿈보다 해몽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과도한 해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그 시대와 상징과 의미를 통해서 배우게 되는 것은 무척 많다. 가볍게 읽을 것으로 다가갔지만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해석과 무거움으로 더 많은 고민거리를 안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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