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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시대는 끝없이 변한다.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은 변화의 중심에 있다. 이 모든 것의 도구는 이전 시대와는 다르다. 이제는 사람들이 웹과 통신에 기반을 둔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사회를 만들어낸다. 책 속에 소개되는 변화들을 상징적인 부분과 지속적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지만 그 대부분은 이미 우리 삶 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을 모른다면 시대의 변화에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제목만 보면 쉽게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다. 목차를 보게 되면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모두 세 파트로 나누어서 진행된다. 그 내용들은 익숙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는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거나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것들이다. 변화의 신호탄에서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대중이 나타나고 그 변화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려준다. 이 과정을 따라가면 자주 부딪히게 되는 도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이다.
불과 십 수 년 전만 해도 인터넷은 소수의 점유물이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이 도구가 알려지면서 급속하게 성장하고 변하고 있다. 인터넷도 그 자체로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영역이 점점 확대되면서 기존 사회의 관념들이나 상식들이 깨어지고 있다. 그 변화의 첫 발로 저자는 뉴욕에서 벌어진 핸드폰 분실 사고를 말하고 있다. 비록 고가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분실 후 그냥 잊고 사는 현실에서 벌어진 놀라운 정보교환은 사람들의 삶과 인식을 바꾸어놓기에 충분하다. 그 과정을 저자는 한 사람의 시선만이 아닌 각각의 시선도 담아내면서 그 변화를 더욱 현실화시킨다. 이어서 벌어지는 몇 가지 사례는 이미 알고 있던 것들도 있지만 그 의미를 저자가 풀어내면서 새롭게 다가왔다.
책 속 사례 중 몇은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실현되었다. 촛불집회 당시 중고생들이 문자메시지로 정보를 교환하고, 블로그 운영자가 직접 현장으로 나오거나 UCC 사이트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 정보를 전송하였다. 그 반대편에선 그 정보로 보고, 다시 자신의 친구들에게 전송하여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내었다. 이 놀라운 변화는 이전이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 변화는 바로 웹과 핸드폰이라는 도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엄마들이 유모차를 밀고 나와 정경들 앞에 나온 것을 보면 이 책에 나온 많은 변화가 하나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현실화된 것이다. 외국에선 이 놀라운 변화가 어느 정도 사회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우리의 현실에선 알아서 기고, 현실을 왜곡하고, 80년대로 시간을 돌리려는 무리들에 의해 끊임없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가 멈춘 것은 아니다.
저자는 그 변화의 도구로 웹을 말하고 있다. 웹 기반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주목하고 그 속에 담긴 중요한 의미들을 풀어낸다. 단순히 검색만이 아닌 공유와 실천하는 커뮤니티의 등장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풀어내는 현실을 보여주면서 기존 현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기존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의문을 가지게 하고, 불과 십 수 년 전이면 그냥 개인들이 분노하고 넘어갔을 것들에 대한 조직적인 대응이 이루어진다. 리눅스와 위키피디아에 대한 사례들은 이 변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알려준다.
이 책은 변화하는 새로운 사회와 대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거대한 변화에 대한 근본적 분석은 날카롭고 흥미진진하다. 단순히 웹 기반을 도구만 말하지 않고 구조적 조직적 변화도 함께 보여주면서 깊은 통찰력도 지니고 있다. 빠르고 급속한 흐름 속에서 그냥 몸을 실고만 있는 현실인 나 자신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책을 읽다 만난 멋진 문장 하나로 마무리한다. “오픈소스 운동은 조직이 아니라, 실패에 대해 놀라운 관용을 보여 주는 하나의 살아 숨 쉬는 환경이다.”(2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