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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네로가의 영원한 밤
플라비오 산티 지음, 주효숙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독일문학의 거장 괴테의 글임을 알리면서 시작한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간도 괴테가 이탈리아를 다녀간 그때다. 또 그의 대표작인 ‘파우스트’를 차용하여 경험에 의한 기록인 것처럼 꾸며놓았다. 우연히 발견된 기록과 괴테가 두려워한 그 밤의 진실을 고딕소설로 재구성하였다. 흡혈귀라는 약간은 뻔한 괴물을 등장시켰지만 그들의 특징은 우리가 알고 있던 보통의 흡혈귀와 다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1787년 4월 2일 저녁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도착한다. 그곳의 유명한 선술집 제 샤베리아에서 괴테는 한 남자로부터 보스코네로 가의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름부터 악마를 연상하게 되는 루시퍼 보스코네로와 그의 두 아들 이야기다. 놀라운 가족의 이력과 장남 아담의 아버지 살해는 도입부부터 놀라움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차남 페데리고를 둘러싼 놀라운 이야기는 그날 밤 괴테를 공포로 몰아가기에 충분하다.
소설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괴테가 선술집에서 보스코네로 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부분과 그 자신이 실제 경험하게 되는 부분이다. 선술집 장면이 이야기의 도입과 전개로 괴담처럼 느껴지게 만든다면 경험은 그 이야기를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실제 현실로 바꾸어놓는다. 팔레르모에서 이어지는 살인사건과 알 수 없는 시체들과 괴상한 날씨들은 사실 흔히 우리가 밤에 둘러 앉아 하는 귀신이야기 같다. 하룻밤의 즐거움을 주는 이야기로. 하지만 왠지 모르게 오싹한 기분을 전해준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어지러운 이야기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점차 드러나는 사실들은 믿고 싶지 않은 현실로 괴테에게 다가오고 공포로 얼어붙게 만든다.
전체적인 이야기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페데리고와 그와 함께 하는 흡혈귀들이다. 흡혈귀의 징후가 너무나도 뚜렷한 그가 기억상실을 겪는다는 것과 마지막에 이어지는 반전은 다른 소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설정이 아니다. 그리고 다른 흡혈귀들의 존재도 상당히 특별하다. 보통 목이 잘리면 불에 타면 죽는데 그들은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들의 불사성도 은 앞에선 약하다. 마지막 대결에서 은검으로 대결하는 것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악마와 흡혈귀에 대한 단순한 오락소설이라면 빠르게 읽히고 돌아서면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종류의 소설이 아니다. 인간과 악마에 대한 대립을 다루기보다 인간 속에 존재하는 악에 대한 글에 더 가깝다. 마지막 문장인 ‘악은 우리 가운데 존재하고 아무도 이를 떨쳐버릴 의도가 없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흡혈귀들을 통해 우리 속의 악을 조명하고 있다. 과거 속에서 우린 얼마나 인간들이 잔혹하며 이기적인지 보아왔다. 지금도 나의 마음 한 구석에서 악은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나타나고, 충동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을 속삭이고 있다. 나쁜 행동을 함으로써 악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악에 동조하는 사람이 더 많은 현실을 생각하면 이 마지막 문장은 더 가슴속에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