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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3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평점 :
요 몇 년 동안 사회과학 서적이나 기타 언론을 통해서 우리의 현 주소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사다리 걷어차기’란 책에서 불과 십 수 년 전 너무나도 당연시 되었던 보호무역이 이제 세계화의 물결과 경제력 성장에 힘입어 있을 수 없는 일로 변했다. ‘사다리 걷어차기’를 읽으면서 세상이 이렇게 변했나 하는 놀람과 우리의 변한 인식의 한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몇몇 저자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새로운 상황들은 이 책 속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많은 부분 공감하게 만들었다.
우석훈, 그를 처음으로 인식한 것은 ‘88만원 세대’란 책 때문이다. 너무나도 당연시 했던 20대의 문제를 사회 구조, 경제적, 정치적 틀로 분석한 이 책으로 얼마나 불행한 20대인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소위 386세대라고 부르는 집단들이 권력을 달콤한 열매를 맛보면서 그 지위를 지속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치는지도 알게 되었다. 책에서 저자가 20대들에게 단결을 외치며 변화를 요구하였는데 이번 책에선 10대들을 대상으로 한․중․일의 평화와 미래를 말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02년 월드컵은 전 국민을 광란의 열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나 자신도 그 열기 속에서 순간적으로 이성을 상실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광기의 소용돌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후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사태는 민족주의 열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이성보다 감성에, 계급보다 민족이란 지배이데올로기를 강화시켜나갔다. 순간순간 몰아치는 열풍은 반론을 이성적으로 비판하기보다 감정에 의한 배설로 도배하고 정확한 상황인식이나 분석보다 민족이니 이익이니 하는 단어를 내세운 글들로 채워졌다.
이런 민족주의 광풍과 이익을 부르짖는 현실에서 저자는 한국의 현실을 19세기 유럽의 제국주의를 따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제국주의란 단어에 나 자신도 알레르기가 생기지만 차분하게 그 내용과 분석을 들여다보면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계화, 신자유주의 등은 최근 십 수 년 사이에 너무 자주 매체에 나와 익숙한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 속에 숨겨진 의미가 강자들의 굳히기와 독점임을 생각하면 단어에서 풍기는 낭만 가득한 느낌은 화장으로 덧칠된 거짓 얼굴이다. 이 단어를 우리도 외치고 그 끄트머리에서 따라가려고 발버둥치는 현실은 저자의 주장처럼 세련된 제국주의의 모습은 아니다. 또 현실에서 19세기처럼 식민지 건설을 하지 못하는 우리가 초강대국 미국의 그늘에서 힘을 발휘하려는 모습은 낯간지러운 행동이다.
제국주의와 식민지, 이 두 단어는 항상 따라다닌다. 우린 현실적으로 식민지를 건설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저자는 북한을 일종의 내부 식민지화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중국의 제국화와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고 전쟁의 위험성은 높아진다고 말한다. 무섭고 섬뜩한 주장이다. 하지만 차분하게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수 십 년 동안 동북아는 평화로웠다. 덕분에 사람들은 전쟁에 대한 무서움이 없다. 그리고 엄청난 인구 밀집과 경제 대국들이 맞닿아 있고, 그들이 역사적으로 맞물려 있는 현실은 극우화 되어가는 한국과 일본의 현실과 하나의 중국을 더욱 강하게 주장하는 최근 모습을 생각하면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저자는 총 4장에 걸쳐서 현실 인식과 진행되는 현실과 미래를 예측하면서 대안을 고민한다.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최근 느낀 점과 많은 부분 일치하였다. 물론 새롭게 배운 점은 더 많다. 약간 근심이 지나친 부분도 있다고 느껴지지만 너무나도 무서운 미래 예측은 현재 우리가 충분히 인식하고 새롭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이 모든 불안 속에서 개인적으로 우리의 십대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본 사건이 있다. 그것은 촛불 문화제다. 수입소고기에서 시작한 이 문화제의 시발점이 십대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마지막 닫는 글에서 교육 파시즘을 말하는 대목에 이르면 너무 쉽게 낙관만 할 수는 없다. 그래도 평화를 바라는 십대들이 한․중․일에 가득하길 바란다. 민족주의 광풍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을 뛰어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