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 '온 더 로드'의 박준, 길 위의 또 다른 여행자를 만나다
박준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물음이다. 그 참혹한 킬링필드의 대지인 캄보디아 사람들과 그 속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자원봉사자들의 삶을 보면서 이 근원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화니 세계화니 하면서 점점 각박해지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 이 빈곤한 나라 사람들은 써바이 써바이를 외친다. 우리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점점 죽겠다 죽겠다를 외치는 것과 반대로.

 

써바이 써바이는 무슨 뜻일까? 행복하다는 의미란다. 먹는 물도 지저분하고, 댕기열을 전해주는 모기에 물려 아이들이 죽고, 한 끼 식사를 위해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이들이 외치는 말이다. 정말로 그들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습관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반응을 보면 행복한 것 같다. 그 마을 사람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로 간 사람들도 행복하고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그 지독한 결핍이 이들에겐 또 다른 삶의 여유를 열어준 것이다. 이것을 보면 우리가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 불편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저자가 캄보디아를 방문하면서 느낀 감상과 자원봉사자들과의 인터뷰다. 분량이나 내용으로 보아도 인터뷰가 더 중요하고 의미 있다. 어느 정도 일방적인 칭찬과 포장이 가미되어 있다고 하여도 그들이 그 속에서 살면서 느끼는 마음의 풍족함과 여유는 부럽다. 그리고 그 쉽지 않는 현장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은 존경스럽다. 누군가의 말처럼 봉사가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거나 월급쟁이 마음으로 한다는 표현은 그들이 얼마나 그 생활에 매료되어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질적 풍요는 현재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절대 빈곤이 주변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굶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라에 나 가난하오 하고 말하면 먹을 것은 전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곤과 피곤함을 느낀다. 그것은 상대적 빈곤 때문이다. 자신과 부자를 비교함으로써 생기는 일인데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것을 무시하라고 하는 것은 자본주의 자체를 부인하는 꼴이다. 그래서 더욱 우린 쫓기고 쫓는 치열한 삶의 긴장을 가진 채 살아간다. 그러니 피곤하지 않을 수 없다.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에선 만족과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또 동시에 절대 빈곤과 사회기반 시설이 열악하여 생기는 비극은 아픔을 전해준다. 진료비 1달러가 없어 병원에 오지 못하고, 아예 평생 병원이란 곳을 가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빈곤함 속에서도 사람들은 따뜻한 마음과 배려를 잊지 않는다. 불과 십 수 년 전 우리 어머니들이 밥은 먹었냐? 고 묻듯이 그들도 처음 만나는 이방인에게 이 말을 잊지 않는다. 점점 이런 사소한 배려를 잊어가는 우리를 생각하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가슴을 뜨끔하게 하는 이야기도 있고, 부끄럽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 벌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다 한국에 잠깐만 있어도 예쁜 옷이랑 신발을 사고 싶다고 욕망에서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매달 10불씩 지불하는 것이 귀찮아 1년 120불을 한꺼번에 내려고 하는 사람 이야기에선 부끄러웠다. 또 한때 유행했던 “아빠, 힘내세요”란 노래가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는 한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강박감을 잘 나타내어준다고 생각한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아직도 킬링필드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한 자원봉사자가 이 나라 사람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것과 연관시켰는데 섬뜩하고 무서웠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죽음으로 연결된다면 누구나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할 것이다. 이와 유사한 우리의 삶에 대해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 있다. “잘살고 싶다는 바람을 넘어 잘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쫓긴다.”(261쪽)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자원이 부족하고 절대빈곤을 경험한 우리를 생각하면 캄보디아 사람들의 여유를 닮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강박에 시달리며 병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를 본다면 조금, 아니 많이 그들의 삶이 부럽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봉사하는 그들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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