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 세상을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
데이비드 바사미언.하워드 진 지음, 강주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하워드 진과의 여덟 번에 걸친 인터뷰를 기록한 책이다. 각각의 주제는 언제나 자극적이고 깊은 사색을 통해 다듬어져 있다. 모두 다른 시간대에 이루어진 인터뷰인데 현재에 대한 우려와 미래에 대한 전망과 희망이 담겨있다. 그 인식의 바탕으로 작용하는 것은 그가 겪은 경험과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낙관하지는 않는다.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모두 행동하고 실천하면서 비판적으로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국민 투표라는 제도와 시위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세상을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라는 거창한 주제를 다루지만 협소하게 본다면 미국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를 말하고 있다. 9.11 이후 미국에서 점점 강해지는 안보라는 단어에 담긴 정치적 의도를 다른 시각에서 해석한 부분은 보면서 놀랐다. 그 ‘안보’를 위해서 지문날인을 강요하고, 군비를 확장하고 있는데 정작 삶의 본질을 위협받는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그 예산이나 노력이 거의 없다고 한다. 국가의 기본이 국민임을 생각하면 그 구성원들이 편안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야 하는데 소수의 권력자나 자본가들을 위해 그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또 테러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과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어디이며 가장 많은 폭격으로 다른 나라 국민을 해쳤는지 설명하는 부분에선 사실을 왜곡하는 언론과 미국의 강압적인 폭력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 수 있다. 세계 유일의 강대국인데 새로운 핵무기 개발을 위해 군사 예산을 확대하였다니 제국주의 군사대국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틴 루서 킹과의 비폭력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마틴 루서 킹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그는 비폭력 저항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는 사실이다. 그와 함께 많이 말해지는 간디도 역시 절대적인 진리로 인정하지 않다는 지적은 언론이나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확대하고 과장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비폭력이란 단어를 행동의 반대말로 사용하여 그 의미를 축소하고 왜곡하는 형태가 지금 촛불문화제를 통해 비추어지는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많은 점을 느끼게 한다. 그들의 비폭력 시위가 얼마나 무서운 행동인지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워드 진이 한 주옥같은 이야기 중 권력자들이 바라는 바가 잊는 것이란 대목에선 역사와 현실에서 너무 자주 펼쳐지는 일이라 정확한 지적임을 깨닫는다. 불과 몇 년 전 IMF로 나라를 말아 먹은 자가 국가 경제의 수장으로 올라선 현실이나 불과 몇 개월 전 자신들이 말한 주장을 뒤엎고 다른 주장을 펼치는 언론이나 정당들의 행태를 보면 진정으로 그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면 과연 우리의 미래가 어떨지 암담하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와 사람들이 그 미래에 대한 암울함을 지워주기에 그렇게 비관적이지는 않다. 역사는 기억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우리 모두 귀를 기울이고 가슴에 담아두어야 한다.

 

우리가 많이 잊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 국가라는 개념이 최소한 유럽에선 몇 백 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태생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이 개념을 현대에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가 개인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아닌가 한다. 두 나라 모두 다양한 민족이나 인종이 만든 국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국가의 주류는 따로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을 최대한 확장하여 영토를 확장하고, 권력 구조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가 스펠먼 대학 졸업 축사에서 곤돌리자 라이스, 콜린 파월 같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신 마틴 루서 킹, 말콤 엑스, 매리언 라이트 에델먼 등과 평화와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지배집단에 도전하는 훌륭한 백인을 귀감으로 삼아라는 대목에선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모든 논의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인종이나 국가를 뛰어넘어 인간을 평등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하워드 진과의 이 대담을 통해 미국과 현재의 우리를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고, 우리가 너무 쉽게 잊으면서 지배계급을 더 공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을 읽고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이 바뀐다면 더 좋은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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