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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실수 1
프랭크 탤리스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밀실 살인과 흔적이 없는 유령총알과 정신분석의 탐정. 이 세 요소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가지 정도는 누구나 관심 있는 부분일 것이다. 어떻게 밀실을 만들고, 총알이 없는 총상을 만들었는지, 이런 알 수 없는 상황을 풀어내는 아마추어 탐정은 독자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20세기 초반 독일을 멋지게 재현해 내었으니 역사소설의 재미도 주고 있다. 정말 멋진 종합선물세트가 아닌가!
이 멋진 종합선물은 한 영매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뇌쇄적인 매력을 가진 그녀가 총상으로 죽은 채 발견된다. 그녀가 죽은 공간은 밀실이다. 안으로 잠겨 있고, 살해당한 그날 밖에선 천둥 번개와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방안엔 누구 하나 숨을 곳이 없다. 완전한 밀실이다. 그리고 그녀를 부검한 법의학자는 그녀에게서 총알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녀의 직업과 맞물려 흔적 없는 총알에 의해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은 관계자들로 하여금 냉철한 이성보다 신비주의로 빠져들게 한다. 만약 초월적 존재에 의한 살인이라면 이 소설은 장르가 완전히 다른 소설이 될 것이다. 그런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 의문스러운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그 시대의 빈의 모습과 새롭게 태동하고 있는 정신분석을 작가는 잘 풀어내고 있다.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그 당시는 아직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점점 커지고 있던 반유대주의 정서는 미래를 알고 있는 독자로 하여금 앞날을 조금 걱정하게 만든다. 이런 시대 풍경과 함께 새로운 의학인 정신분석 기법을 가진 아마추어 탐정 막스 리버만을 등장시킨다. 직업은 의사고, 취미는 피아노 연주며 친구인 하인라이트 경위의 조력자 역할이다. 이 리버만을 통해 그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정신분석을 설명하고, 날카로운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사건을 하나씩 풀어간다. 그의 활약은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밝혀내면서 살인자를 찾아내는 단계적 역할이다.
전반적으로 쉽고 빠르게 읽힌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사건과 전개는 속도감 있다. 몇 가지 재미있는 장치를 해놓았지만 그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시대와 정신분석에 많은 비중을 둔다. 그렇다고 살인자가 펼쳐놓은 밀실 트릭이 재미없거나 지극히 평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령총알의 경우 가장 먼저 얼음을 생각했지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고, 다른 소재로 관심이 돌아갔다. 밀실에 대해서는 열쇠 전문가를 등장시켜 단서를 풀 것처럼 만들어 놓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인물을 등장시켜 해결하였다. 이 예상하지 못한 인물은 사실 이 소설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대목이다. 시리즈로 이어지면 매력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 현 사항에서 너무 돌출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너무 급박하게 마무리된 듯한 느낌이다.
소설은 재미있다. 순식간에 읽었다. 어렵지 않은 문장과 사건의 특이함은 분명 독자를 끌어당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소재를 풀어냄으로써 전체적인 완성도는 높이지 못했다. 밀실트릭이 후반에 강하게 시선을 끌지도 못하고, 그 해결도 독자와의 공정한 대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처음부터 시리즈를 염두에 둔 탓인지 몇 가지 풀리지 않는 관계를 암시하면서 마무리 지었다. 또한 너무 정신분석을 과대 포장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 하나가 있다. 잘 읽히고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다른 역사추리소설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어색함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