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베네딕트 - 인류학의 휴머니스트
마거릿 미드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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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네딕트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세계적인 저작인 <국화와 칼>의 지은이라는 것이 전부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두 번 읽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내가 너무 쉽게 달려든 것이고, 두 번째는 한국 사람으로 가진 일본에 대한 선입견이 너무나도 견고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떨지 모르지만 그렇게 쉽게 나에게 문을 연 작가의 저작은 아니었다. 또 상당히 오래전이라 이 책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그녀의 한때 애인이었던 마거릿 미드의 이 전기는 보통의 전기와는 다르다. 전기치고는 루스 베네딕트의 인생에 대한 부분이 너무 분량이 적다. 오히려 그녀의 저작과 부록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삶을 세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간략하게 성장을 다루지만 전기의 대부분은 그녀의 연구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나 재미난 에피소드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흥미가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학문적으로 좀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 시선에는 저자의 입장이 강하게 실려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과 불과 백 년 전 미국에서 여성의 지위는 상당히 다르다. 이것은 수많은 글이나 매체에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글에서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뚫고 그녀가 이룬 업적을 보면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업적이 위대하고 화려해서가 아니라 곳곳에 조금씩 드러나는 열정과 애정이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활도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자들을 지원하거나 비교적 늦게 배운 학문을 대하는 자세와 열정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전기를 읽으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라면 그녀가 성 정체성으로 고민했다는 것과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이다. 평범한 여성의 삶에서 변화하는 순간을 자세하게 저자는 보여주지 않는다. 이 책의 출간시기도 동성애자에 대한 비하나 적대감이 강하던 시기임을 생각하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런 변화의 순간을 세밀하게 읽지 않으면 잡아내기가 쉽지 않은데 역자가 알려주어 비교적 쉽게 알았다. 그리고 그녀의 일기에서 드러난 여성의 행복은 이런 사실을 살며시 덮어준다. 

 

그녀가 대표작인 <국화와 칼>을 어떻게 저술하게 되었는지와 그 저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 세계적 명작이 자신의 의도에 의해서가 아닌 정부의 용역에 의해서였다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가 이 책을 저술하면서 단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원격 문화 연구의 결과물로는 최고의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후 이런 저작들을 만나기 힘들고, 오늘날의 많은 현지 탐사자들이 이런 연구를 수행하려고 하지 않는다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그녀의 논문들이다. 특히 주술 부분은 간결한 내용이지만 각 문화에서 주술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의미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 또 <국화와 칼>의 한 장인 ‘일본문화의 극기 훈련’은 이전과 조금은 다른 의미로 이해되었고, 일본의 시각이 너무 담겨있어 여전히 비판적 읽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들의 수많은 차이와 특징은 천편일률적으로 인디언을 이해하고 있던 나에게 좀더 넓게 보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비록 이전에 각 부족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문화적 차이가 있음은 알지 못했다. 미국 영화가 만들어낸 획일화된 시각에서 발생한 폐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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