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미로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역사추리소설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주인공 아델리아는 중세 법의학자다. 전작에서 그녀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상세히 나온 것에 비해 이번엔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다. 전편에서 충분히 설명한 것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이 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들에겐 조금 낯선 느낌이 들 것이다. 또 전작이 현대 법의학자와 유사한 능력과 실력을 보여준 반면에 이번엔 그런 부분이 조금 약하다. 오히려 그녀의 출세작이 받은 앨리스 피터스 역사추리소설상에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다. 앨리스 피터스 추리소설을 읽을 때 받은 느낌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뜻이다.

 

첫 장면을 암살자의 시각으로 시작한다. 그에게 살인을 의뢰하는 사람과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면서 은연중에 의뢰자의 정체를 흘려낸다. 이 단서는 뒤로 가면서 예상과 일치함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암살자는 사실 잘 몰랐다. 좀더 꼼꼼하게 읽었다면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고 스스로 위로할 뿐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그 단서들을 조합하여 추리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한다면 예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갑자기 붙기 시작하는 속도감을 생각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사건은 두 개다. 하나는 왕의 정부인 로저먼드 부인의 죽음과 그 현장으로 가는 도중에 발견하게 되는 한 청년의 시체 발견이다. 이 둘은 과연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까? 그 시체가 발견된 시간과 공간을 생각하면 분명 어떤 관련성이 있을 것 같다. 작가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본격적으로 현장과 단서를 만들어낸다. 고드스토 수녀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살인과 인간의 욕망은 약간 평범하게 진행되던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여기서 여주인공 아델리아의 놀라운 관찰력과 추리력이 발휘된다. 미신으로 가득하고, 학식이 부족한 그 당시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녀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 시절 그녀의 능력은 마녀처럼 취급되었기에 충실한 하인이자 동료인 만수르를 통해 그 능력을 제한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이 덕분에 더 재미있지만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암살자와 살인의뢰자가 노린 음모는 일정 부분 성공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초월한 아델리아가 존재함을 그들은 몰랐다. 죽음을 연구하는 그녀가 사체와 그 현장을 연구하면서 풀어내는 추리와 확신은 지금 보아도 대단하다. 과학이 어두운 터널 속에 있고, 여자가 이런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마녀로 치부하는 환경을 생각하면 더욱 빛나는 재능이다. 하지만 이 재능은 홀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녀의 재능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협박을 하고, 그 재능을 모르는 사람은 그 재능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협박하기 위해 그녀를 위협한다. 이전에도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만 직접적인 공격에 상당히 약했던 그녀가 이번엔 아이까지 가지면서 더욱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대를 뛰어넘은 능력에 대한 약점이다.

 

분명 이 소설은 다른 현대 추리소설 같은 속도감이나 기발함은 떨어진다. 하지만 편안하게 읽히면서 역사 속 시간과 공간으로 독자를 끌고 들어가는 능력은 탁월하다. 가끔 현대 법의학에서 볼 것 같은 장면이나 상황이 나와 아쉬움을 주기는 하지만 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더불어 추리까지. 전작보다 아델리아의 능력을 그 시대에 많이 맞추어 놓았고, 비어있는 역사적 시간을 상상력으로 멋지게 채워놓았다. 자극적인 현대 스릴러나 호러 소설에 지친 사람이나 역사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매력적인 소설이다. 다음 권에서 그녀와 연결된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