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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마다가스카르 -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
Jin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것은 늘 기대감과 두려움이 함께 한다. 새로운 장소에서 보게 될 수많은 사람들과 풍경에 대한 기대와 잘 모르는 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 등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본 사람들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가슴 가득히 바람을 집어넣는 일인지. 그 바람에 못 이겨 전문적으로 여행 작가가 된 사람들도 있고, 시간만 나면 여행을 떠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중 나는 어디에 있을까?
해외여행을 가면 용감해진다. 아니 용감해지지 않으면 돌아다닐 수가 없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철저하다고 해도 길 가는 사람에게 묻거나 아니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돈을 길에서 허비해야 한다. 그런데 용감하면 이런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한국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덜 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그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풍경을 즐기면서 결국 나 자신과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그 여행지의 과정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게 된다. 이때의 경험은 삶에서 피와 살이 되는 알짜배기 경험이다.
이 책의 저자 진도 용감하다. 나 자신이 용감해진다고 했지만 이 작가처럼 용감해질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 비교적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였지만 외국인이 그렇게 흔하지 않은 나라에서 친구를 사귀고, 며칠을 버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앞에서 용감하다고 한 것과 완전히 다른 의미다. 어쩌면 용감함을 넘어 무모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이 낯선 땅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그들의 삶에서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 여행 에세이는 일반적인 책들과 조금 다른 느낌이다. 다른 책들이 멋진 도시나 유명한 관광도시를 다룬 것에 비해 너무나도 정보 불모지인 마다가스카르를 다루고 있다. 이 나라에 대한 여행안내서가 단 한 권도 없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인데 여자 혼자서 무작정 길을 나섰다는 것은 더욱 대단하다. 그곳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고생하고, 즐기고, 생각하면서 그 나라를 보여주는데 다른 여행서가 지닌 따뜻한 시선만이 아닌 자기주관이 뚜렷이 담겨있다. 그리고 렁드리에 대한 솔직한 감정표현은 다른 책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다.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특히 재미있는 것은 담배를 사게 돈을 달라는 노인에게 사탕을 주는 장면과 순박한 시골 강도에게 기념엽서를 주면서 힘겹게 위기를 넘어가는 장면이다. 두 장면 모두 말을 알아듣지만 모르는 척하면서 어물쩍 넘어간 일인데 대단한 배짱과 순발력이 없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혼자라서 좋다고 하면서 그 나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을 보면 살짝 부러워진다.
직항로가 없어 태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하고, 외국인도 대부분 한 도시에 머물러 살고 있고, 유행이 지난 십년 전 옷을 이쁘다고 말하고, 국민 대부분이 하루 천원 미만으로 살아가는 그곳에서 그녀는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이 되기보다 현지인 같은 삶을 경험하고 싶은 듯하다. 분명 그 당시에는 빈대와 모기에 시달리며 욕을 하고, 더러운 화장실 때문에 불만이 많았을 텐데 지나온 시간에서 보면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인 것 같다. 짧은 문장과 솔직한 표현은 읽는 재미를 주었고, 다른 여행서보다 적은 사진들은 약간 아쉬움을 주긴 하지만 대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다시 내 가슴에 떠나고 싶은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했는데 언제 이 바람이 가라앉게 될까? 나는 언젠가 이 낯선 섬으로 여행을 떠나게 될까? 이런 저런 상상으로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