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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보다 소중한 우리미술가 33 - 오늘의 한국미술대가와 중진작가 33인을 찾아서
임두빈 지음 / 가람기획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정말로 나는 한국화가에 대해 무지하다. 학창시절 미술책에서 배운 화가 몇 명과 매스컴에서 이슈가 되는 화가 몇을 제외하면 거의 모른다. 그들도 대부분 생존해 있지 않고 돌아가신 분들이다. 이런 현실에서 여기에 나오는 33인의 화가는 거의 전부가 낯선 미술가다. 미술가를 이야기하면서 만나는 몇 편의 그림이나 조각은 여기저기에서 본 듯한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처음 보는 작품이다. 미술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 아닐까 한다.
정직하게 말하면 나는 이 책 속에 나오는 작품들 중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동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듯이 완전히 무의식에서 작업한 작품도 없고, 완전한 의식을 가지고 작업한 작품도 없다지만 추상적으로 표현된 그림들과 조각은 고전미술에 익숙한 나에겐 당혹스러운 만남이다. 물론 이것은 이제까지 내가 읽은 미술서적 대부분이 고전미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대미술의 추상화된 모습이 너무 개인적인 형식으로 바뀐 탓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무지에서 오는 생각이지만 솔직한 마음이다.
비평가인 임두빈 씨가 풀어내는 그림 이야기는 어느 순간엔 일본 요리만화에서 맛을 표현하는 묘사와 유사한 점을 보여준다. 또 편집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해설을 하는 그림이 사진으로 나오지 않아서 상상력만으로 재구성해야 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그림들이 고전회화가 아닌 현대회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약간은 황당하다. 또 그림에 대한 평은 개인 취향을 탈 수 있는데 저자는 미술가의 작품을 좀더 세밀하고 구조적으로 분석해서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일반 독자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아쉬운 가운데 새로운 미술가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즐거움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술가들이 홍대출신임을 보면 왠지 모르게 시선이 삐딱해진다. 예전에 무슨 미술협회장 선거를 위해 지하철역에서 시작하여 장충체육관까지 벽지를 도배한 것을 본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런 시선이 생긴다. 이런 특정 대학 편중에 대해서는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여 약간 다행이다.
개인적으로 미술시장에 대한 불신이 있다. 거액에 거래되지만 몇몇 평론가들의 입김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현실이나 위작과 모작이 범란하고 있고 미술 작품의 특성상 개인 취향 타는 것을 생각하면 이 불신이 나만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만든 것도 우리임을 생각하면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저자가 제대로 된 화가와 화상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선 고개를 끄덕이지만 저자가 책 속에서 제대로 된 작품을 구입해야 한다고 말한 이 미술가들에 전적으로 호응하지는 않는다.
사물을 정확히 모사하던 일이 화가의 주된 일이었다가 사진에게 이 자리를 넘겨주고, 새로운 상상력과 표현을 찾아내는 현재 미술계를 보면 하나의 작품에서 ‘의지’를 본다는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듯하다. 이것은 저자가 “작가가 새로운 것을 하겠다고 용기 있고 자유롭게 작품에 변화를 주었다고 하더라도 그 변화가 개성적이고 통일된 양식의 힘과 깊이를 획득하지 못했다면 그 변화는 실패한 실험일 뿐이다.”(258쪽)이라고 말한 대목과 일치하는 점이 있다. 이 책에 담긴 화가들의 그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깊은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할지라도 책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현재 한국미술계의 흐름을 조금은 알 수 있어 즐겁다. 가끔 나가는 인사동에서 화랑을 가지 않은지가 몇 해 되었는데 가까운 시간 안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