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쟈핑와 지음, 김윤진 옮김 / 이레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삶을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무수한 사람들 속에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친구라는 범위를 어디까지 규정지어야 할까? 이 산문집을 읽다보면 그 광범위한 교제 범위와 친구들에 대한 애틋함이 전해진다. 그 속에서 내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게 만들고, 반성하게 만들고, 감탄하게 만들고, 눈시울을 붉히는 일들을 만난다. 그 놀라운 만남이 단지 몇 년이 아닌 20년이 넘는 세월을 거쳐 온 것임을 알고는 조금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어떨까 생각해본다. 역시 부족함이 많다.

 

친구. 참 편안하고 가슴 떨리는 단어다. 어떤 순간은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가 어떤 때는 감정의 충돌로 서로 상처를 주는 존재다. 하지만 친구는 역시 자연스럽게 서로를 위로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싸우고 함께 걸어간다. 그 과정은 삶 속에서 계속해서 이어진다. 과거의 친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만나지 못하거나 연락을 하지 않게 되고, 새로운 만남으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가끔은 이해관계로 이어진 친구도 생기는데 역시 이런 친구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이 책 속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쓴 글이다 보니 당연하다. 그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보면 우리와 비슷하면서 다른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유교를 문화적으로 공유한 나라이니 당연할 수 있지만 민족의 차이는 곳곳에서 느껴진다. 얼마 전 읽은 이중톈 교수의 중국인에 대한 글을 연상하게 만든다. 비슷함 속에서 다름을 느끼게 되는 원인이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도 친구라는 단어가 주는 편안함과 따스함은 변함이 없다.

 

작은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글은 친구라는 주제를 놓고 보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과감하게도 책의 첫 쪽에서부터 작은 어머니 이야기로 시작한다. 문화대혁명의 어려운 시기에 자신을 키워주고 격려해준 그 분을. 이 글을 읽다보면 조용히 젖어드는 감정에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부모님에게 잘 해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옛날에 다 크면 많이 도와드려야지 생각했던 그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간다. 아들을 묵묵히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일화는 평소 무뚝뚝하시던 아버지가 나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놀랐던 옛 기억을 되살려주었다.

 

이 두 어르신이 자신의 삶의 기초에서 영향을 미친 분들이라면 자신의 글과 관련한 스승들의 이야기나 자신을 만나러 오는 수많은 친구들의 이야기는 점점 각박해지고 이해관계로 엮여가는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 한 곳을 따뜻하게 만든다. 생각보다 빠르게 읽으면서 내용들의 많은 부분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글 속에 흐르는 감정과 분위기는 책을 덮고 난 지금도 남아있다. 간결하고 명쾌한 문장은 가독성을 높여준다. 중국 발음으로 표기된 인명과 지명은 예전 한자음으로 기억하는 나에게는 쉽게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자꾸 한자음으로 변환하려는 본능이 꿈틀거리면서 글 자체가 주는 재미를 조금씩 떨어트리기도 한다.

 

쟈핑와. 가평요라는 이름으로 이전에 번역된 몇 권이 있다.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폐도>라는 책과 조금 전 검색한 <조바심>이란 소설이다. 얼마 전 헌책방에서 <폐도>를 구했지만 그 엄청난 두께에 놀라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또 다른 책에도 눈길이 간다. 이 책 속에서 책벌레에 대해 말한 대목이 생각난다. 언제 읽을지 모르면서 사 모으는 나 자신이 살짝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다 생긴 작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 작가의 수많은 친구들을 글 속에서 만나면서 나 자신의 친구들을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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