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비틀즈 음악을 즐겨 들었지만 그 구성원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외국음악을 잘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비틀즈 음악은 우리 삶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팝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비틀즈 구성원들 이름 한 둘은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이었던 존 레논은 그 비극적인 죽음과 그의 아내 요코 덕분에 더 쉽게, 많이 알려진 편이다. 그에 대한 수많은 평전이나 기록에서 비교적 공백기에 해당하는 휴식기이자 일본 휴가 체류시절을 이 소설에선 다룬다. 이 시기의 한 순간을 즐거운 상상력으로 마음껏 발휘하며 그려낸다.

 

존 레논임을 알지만 작가는 직접 말하지 않는다. 그의 아내 이름도 바뀌어 있다. 사실의 영역에서 허구의 영역으로 바꾸는 작업 단계다. 이렇게 함으로써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을 더욱 확장한다. 그 공간이 다른 작품처럼 역시 황당하다. 존의 변비 탈출기라니 기발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이 오쿠다 히데오의 첫 작품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다. 출세작인 ‘공중그네’의 독특한 인물 이라부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다.

 

어느 날 존은 자신의 아이를 존이라고 부르는 일본 여성에게서 자신의 어머니를 연상하게 된다. 이때부터 그의 배는 고통을 주기 시작한다.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지만 악몽과 배 속 고통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며칠을 되돌아본다. 며칠 동안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지 못했다. 변비다. 변비약을 먹는다. 효과가 없다. 관장을 한다. 역시 관장약만 흘러나온다. 이 지독한 변비는 과거의 기억과 악몽과 고통으로 삶을 잠식한다. 이 과거의 기억들과 현재의 고통을 엮어서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의 특기인 가볍고 유쾌하면서 기발한 착상을 가지고.

 

첫 작품임을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작품의 영향이 너무 강해서인지 이전 같은 강한 재미를 주지는 못한다. 존 레논에 대한 과거 행적이나 추억 등이 좀 더 많았다면 더 이해하고 공감하는 폭이 넓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던져주는 정보와 나의 짧은 지식만으로 둘을 연결시키려니 조금 버벅거리는 부분도 있다. 다른 작품에 비해 좀 더 가볍고 독특한 인물이 부족한 점은 있지만 속도감이나 재미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일본의 민속 명절과 연결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야기는 즐겁다. 점점 사라지는 우리의 명절과 그 의미를 생각하면 부럽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 있다. 독특한 캐릭터와 전체적인 얼개를 짜는 능력에 대한 감탄이다. 이라부라는 너무나도 독특한 캐릭터 때문에 다른 인물들이 조금 평범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 속 의사에게서 그 원형을 보았다. 만약 아직 이라부를 만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소설부터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두 소설 모두에게서 색다른 재미를 발견할 것이다. 반대라도 역시 이 재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줄어들 뿐이다. 개성이 조금 약한 경우는 각각의 등장인물을 구성 속에서 강하게 부각시킨다. 그 인물 한 명 한 명이 전체적 흐름 속에 녹아들어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유형으로 가지 전 단계에 머물러있다. 재미를 주지만 아쉬움을 준다. 이것은 역시 대표작들 때문에 가지는 선입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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