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
구드룬 슈리 지음, 김미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역사는 보는 주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 해석에는 개인이나 단체 혹은 국가 등의 시각이 담겨있다. 그래서 가끔 그런 시각들이 주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에 담겨 있는 16가지 이야기도 그런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은 어쩌면 책 제목 탓이지 저자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하지만 가끔 보이는 유럽 중심의 인식은 역시 어쩔 수 없다.

 

책 제목 밑에 조그마하게 사소한 것에서 위대한 비밀을 발견한 천재들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이야기 속 몇몇은 천재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지만 대부분은 우연과 순간의 번뜩이는 직관에 의해 이름을 얻었다. 이렇게 뭉퉁거리는 제목을 보면 반감이 생기는데 약간은 나 자신이 과민반응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제목들에 호감을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역사나 사물을 보는 주체에 따라 그 역사나 사물의 중요도가 많은 부분 차이가 난다. 한국 사람이라면 훈민정음이나 다른 문화유산이나 유적을 높이 치켜세울 것이지만 이 저자는 첫머리부터 독일 고딕 건축물인 쾰른 대성당 이야기로 시작한다. 약간 의외지만 저자가 독일 사람임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난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책들에서 만난 이야기로 이 책만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6가지 이야기에서 공통으로 들어맞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연’이다. 이 우연이 그냥 지나가는 일회성이 아니라 우연적인 일로 인해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진 대단한 ‘우연’인 것이다. 그래서 이 ‘우연’은 탁월한 연구가나 과학자들의 도움으로 하나의 이론으로, 놀라운 건축물로,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런 발견들은 한 사람만의 공이 아닌 다양한 여러 사람들의 협력에 의해 이루어진 작업임을 생각하면 시간은 가장 무서운 파괴자이자 가장 놀라운 협력자라는 그 단어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대부분 알고 있거나 최근에 읽은 책의 한 단락을 다룬 이야기들이다. 이런 종류로 기획된 책들이 가지는 재미와 한계가 분명하다. 가볍고 즐겁게 읽으면서 지식을 쌓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깊이 있는 내용으로 이어지지 않음으로써 그냥 한순간 그런 이야기도 있었지 하는 기억으로 빠지게 한다. 그리고 이런 발견들이 좀더 분야별로 나누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과학적 발견과 고대 유물이나 종교에 관련된 이야기를 각각의 장으로 나누어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더 편하게 만들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더 쉽게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책에 담긴 16가지 이야기가 과연 세계사를 뒤흔들 정도의 일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두고 싶다. 몇 가지는 누구도 부인 못할 대단한 발견이지만 몇몇은 그렇게 인정하기엔 논쟁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 제목 속이나 부제에 ‘우연’이란 단어가 들어갔다면 좀더 이 책을 이해하는데 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