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왕국의 게릴라들 - 삼성은 무엇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
프레시안 엮음, 손문상 그림 / 프레시안북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일곱 명의 게릴라로 풀어내는 삼성이야기다. 좁게는 삼성이지만 넓게 본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나라 최고 정점에 있는 조직이 삼성이기 때문에, 김용철 변호사 등에 의해 드러난 비리의 규모가 사상 최대이기 때문에 이런 책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얼마 전 나온 김앤장에 대한 책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권력집단을 보았다면 이 책은 너무 잘 알려졌지만 동시에 숨겨진 이야기가 많은 삼성에 대한 글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삼성과 관련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살기는 상당히 힘들다. 전자제품이야 다른 회사 제품을 사용할 수 있지만 제일제당 등의 삼성 일가족 그룹의 제품은 수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삼성그룹이 지원하는 스포츠 단체나 행사는 나처럼 삼성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삼성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이처럼 삼성은 한국에서 그 존재를 제외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기업이다. 불과 십 수 년 전 지금의 기업CI로 변경한다고 했을 때 왜 그런 곳에 헛돈을 쓰냐고 생각한 나 자신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기업임에 틀림없다.

 

주변에 삼성에 일하는 친구나 선후배가 많다. 홍보팀에서 일하는 선배의 이전 이야기는 삼성이 어떻게 기자와 언론을 다루는지 그 실체를 알게 하였고, 삼성의 제일주의에 빠져있던 친구의 이야기는 하나의 성역처럼 말해지곤 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요즘 많이 사라진 모양이다. 그 힘들다는 삼성전자에 입사한 신입들이 공무원이나 공사 등을 위한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에 점점 바뀌는 세태의 한 면을 보게 된다. 그래도 아직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바라는 기업이 삼성임을 생각하면 대단한 기업이다.

 

김용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김상조, 노회찬, 심상정, 이상호, 김성환. 이 일곱 게릴라의 삼성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거나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이야기들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정리되어 나오니 삼성의 실체에 대해 조금은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정확히는 삼성이 아니라 삼성을 지배하고 지배하려는 이건희 일가와 그 가신들의 실체가 맞을 것이다. 특히 1조 원을 가진 사람에게 1억 원의 가치가 1억 원을 가진 사람의 1만원 가치와 같다는 이야기는 섬뜩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깨닫게 한다. 삼성공화국이라고까지 불리는 삼성의 관리와 부패와 불법을 이 한 권의 책 속에서 아주 잘 만나게 된 것이다.

 

삼성은 무엇으로 한국사회를 지배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바로 ‘돈’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사회의 먹이사슬을 말하면 기업은 정치인에게 약하고, 정치인은 언론에 약하고, 언론은 광고주에 약하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이런 먹이사슬을 뛰어넘는 존재가 나타났으니 그것이 바로 삼성이다. 정치와 검찰을 돈으로 다스리고, 자신들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사는 광고 중단으로, 노조를 설립하려는 직원은 협박과 회유 등으로 무참히 짓밟는다. 과히 관리의 삼성이란 이름에 부족함이 없다. 그 거대한 제국을 유지하고 존속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법까지 바꾸려는 그들을 보면 무시무시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말하지만 그 권리는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순간뿐이란 지적은 현재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맹점을 가장 잘 나타내어준 대목이 아닌가 한다. 또 김성환 위원장이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가해자들은 유유히 자리를 벗어나고 피해자만 가득한 법의 현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과 관련하여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늘 만나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돈을 많이 받고 일한 사람이 그러면 안됀다는 이야기와 그렇게 하지 않는 기업이 있냐는 이야기다. 처음 이야기는 삼성에서 살며시 흘려낸 이야기를 점점 확대하면서 흠집 잡기의 일완으로 상당히 성공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그가 완전한 인격체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낼 뿐 삼성이 저지른 잘못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그런데 계속 본질보다 다른 소문에 더 비중 있게 다루는 현실이 한국 언론과 우리 주변임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무서운 현실이다. 그리고 다른 기업들도 그런 행동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하니까 그들도 무죄라는 발상으로 아주 위험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사회에서 무너지고 있는 윤리와 도덕관을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삼성으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의 부조리가 다 나올 수는 없다. 삼성이란 거대 기업의 실체도 모두 알 수 없다. 하지만 입으로 전해지고, 인터넷으로 떠돌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논리로, 사실로, 자료로 표현되면서 그 실체를 조금 더 알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거대조직과 힘겹게 싸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큰 노력과 희생을 하는지도 알게 된다. 너무 거대하고 대단한 기업이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기에 그들이 자정하여 더 발전한 모습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애정도 느껴진다. 앞으로 삼성 특검은 어떤 결론을 내놓을까? 아마 짐작한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까 예상하지만 그래도 이 땅에 하나의 희망을 던져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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