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길을 잃어라 -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의 빛을 향한 모험과 도전
로버트 커슨 지음, 김희진 옮김 / 열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본다는 것과 그것을 안다는 것의 차이는 무얼까? 이 책 속 주인공 마이크 메이에게 본다는 것과 그것을 구별하고 아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고 힘든 일이다. 세 살에 시력을 잃고 평생을 살아오다 좋은 의사를 만나 다시 시력을 되찾은 그를 보면서 이런 생각에 빠졌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한 “보면 알잖아”가 그대로 통하지 않는 그를 보면서 많은 생각과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고, 그의 인생을 보면서 놀라움과 그 용기에 감탄과 박수를 보낸다.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술 전과 후다. 수술 전은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우연히 아내의 눈을 위해 안과를 찾은 그에게 의사는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놀라운 제안을 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새로운 안과 수술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살아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수술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과 실패에 대한 설명은 이를 주저하게 한다. 여기서 과거 그가 눈을 잃는 시점으로 돌아간다. 새로운 제안을 받는 한 축과 과거의 성장을 다른 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거 성장 이야기는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그의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 한 행동들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일반 학교에 보내기 위해 싸우고, 아이가 부딪히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도 내색하지 않으면서 지켜본다. 책을 읽는 내가 오히려 긴장된다. 물론 현실에서 그녀가 나보다 수천만 배는 더 긴장하고 두려움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굳건하게 지켜본다. 이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타고난 성격 때문인지 마이크는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다. 넘어지고 부딪히고 피를 흘리지만 놀랍고 경이로운 모험과 도전 정신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 왔다. 수술이다.

 

새로운 수술로 그는 사물을 보게 된다. 그가 처음 세상을 보는 장면은 놀라움 그 자체다. 우리가 그냥 지나가는 공간이 그에게는 완전히 신세계다. 어린 아이가 길을 가다 이것저것을 마구 묻는 것 이상으로 묻는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상상한 것들과 눈으로 보는 것과의 차이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본다는 것에 머물 뿐이다. 그는 공간에 대해, 사물에 대해 보통의 사람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이전에 다른 사람과 공통된 부분이다. 하나는 앞을 보게 되는 것은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험이고, 이에 따른 심각한 정신적 위기를 겪는다는 점이다. 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책 후반부는 이런 현실을 현재의 시간으로 따라간다. 눈으로 본다는 놀랍고 경이로운 경험 후에 다가오는 보통의 사람과는 다른 인식을 다루고 있다. 색에 대해서는 구분이 가능하지만 사람의 얼굴이나 남녀 구별도 그에겐 힘들다. 문자는 전부 새롭게 익혀야 한다. 덕분에 그는 한 동안 아이들의 놀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메이의 경험을 통해 본다는 것과 안다는 것 사이에 있는 지식과 경험에 대한 신경학 이론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나 자신도 읽는다와 이해한다는 책 읽기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런 평범한 상식이 새롭게 눈으로 보는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가 알게 모르게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결여된 메이에게는 이 세상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놀라운 이야기와 경험으로 가득한 이 책에서 존경스러운 두 여인을 만난다. 한 분은 메이의 어머니고, 한 명은 메이의 아내다. 그 어머니는 앞에서 대충 이야기 했으니 아내에 대해 말하자.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는 것 자체는 대단하지만 존경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와 만나면서 그가 보여준 행동과 의지를 충분히 경험했기에 좀더 쉬웠을 것으로 짐작한다. 내가 존경하는 대목은 메이가 방황하고 주저할 때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강력하고 튼튼한 버팀목이 되는 장면들이다. 메이가 이혼을 이야기할 때 아직 서로 배워야할 게 많고 포기하지 말자고 하는 대목은 그녀의 강한 정신력을 보여준다. 이후 곳곳에서 존경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수술 전이나 후나 그는 제목처럼 기꺼이 길을 잃을 준비가 되어있다. 보이지 않을 때도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주저함이 없었고, 보게 된 후에도 새로운 어려움에 결코 주저앉지 않았다. 한 인물의 긴 도전 속에 생각해볼 에피소드 하나로 마무리하자. 그것은 그가 쇼핑몰에서 거대하고 뚱뚱한 여성을 보고 지게차로 착각하는 장면이다.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그것이 여성임을 알고 순간 혐오감에 빠진다. 보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감정의 편견이다. 자신에게 놀라고 반성한다. 이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본다는 것과 안다는 것, 본다는 것을 통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우리사회에 깊숙이 뿌리박은 편견들. 이렇게 이 책은 감동뿐만 아니라 지식과 새롭게 사물이나 생각을 들여다  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