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사 전(傳) - 한국사에 남겨진 조선의 발자취
김경수 지음 / 수막새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최근 가장 많이 읽은 역사서가 조선왕조에 대한 것이다. 몇 명의 왕을 다룬 것이나 한 명의 왕을 다룬 것이거나 아니면 왕조 전체를 다룬 것이다. 각 역사서가 자신만의 색채를 가지고 그 시기를 풀어내었는데 많은 부분 중복되는 내용이 있고, 하나의 사건을 두고 해석이 갈리는 경우도 많았다. 실록의 기록을 두고도 다른 기록과 함께 다른 해석을 풀어내는 것을 보면서 역사를 제대로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조에서 순종까지 27대 조선왕조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이고 왕조다. 조선왕조실록의 분량을 따지면 이 짧은 책 한 권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하지만 저자는 핵심만 추려서 그 왕조의 특징을 살려내면서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 긴 흐름을 따라가면서 느낀 점은 비교적 중립적 시각을 지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국정 교과서의 느낌을 가끔 받기도 했는데 그 덕분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의 구성과 서술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있다. 그것은 야사나 일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록 등의 정사가 기본 틀을 잡고 있지만 세부 사항이나 이야기를 끌고 가는 대목에선 일화가 많이 인용된다. 덕분에 책 읽는 재미는 많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많고 의문이나 논쟁이 될 수 있는 일화를 그대로 실어면서 정확성을 약간 떨어트린다. 가독성이나 읽는 속도감을 높였지만 인용된 이야기의 출처나 해석이 갈리는 부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없다보니 전체적인 깊이도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지만 몇 가지 사소한 것을 집고 넘어가자. 세종의 신하에 대한 부분에서 “세종의 남자”라는 소제목을 붙였는데 얼마 전 흥행한 영화 때문인지 묘한 느낌을 준다.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권신이나 다른 표현도 가능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연산군에 대한 서술에서도 기존의 학설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새롭게 해석되는 권력 투쟁에서 실패한 왕의 모습을 담지 않은 아쉬움이 있고, 이를 왕세자 교육의 부작용으로 연결한 것은 확대 해석이 아닌가 한다.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기록문화유산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긴 왕조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방대한 기록을 일반인이 모두 읽는다는 것은 사실 무리다. 전문 연구가조차도 모두 읽은 사람이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전에 한글로 번역이 이루어졌다. 인터넷 검색이나 시디롬으로 쉽게 검색이 가능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알 때 이야기다. 그래서 비전문가인 우리들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런 종류의 왕조사를 다룬 역사서는 상당히 유용하다.

 

가끔 논쟁이나 의문이 있는 부분에 대해 간결하게 그 의문을 표시하거나 논쟁을 서술한 대목들은 현재의 흐름을 알게 한다. 개인적으로 조선 당파 계보도를 만들려고 했는데 이 책에 잘 나와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조선 중후반기 당파에 대한 흐름은 그 시기 역사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부분적으로 도움을 받는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론 약간 밋밋하다. 한 왕조에 대한 흐름을 알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새로운 해석이나 논쟁을 알고 싶은 사람에겐 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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