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 C.W.쎄람의 사진으로 보는 고고학 역사 이야기
C. W. 세람 지음, 강미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사진으로 보는 고고학 역사 이야기다. 하나의 주제나 소재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내용은 아니다. 세계 4대 유적을 사진과 그림 중심으로 풀어낸 고고학 서적이다. 약간 백과사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쉽게 빠르게 즐겁게 단숨에 읽기는 약간 버겁다. 하지만 그 놀라운 사진과 그림과 정보는 이때까지 읽은 고고학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를 준다.

 

책은 네 지역을 다룬다. 첫 번째는 폼페이와 트로이 지역이고, 두 번째는 이집트다. 세 번째는 성서에서 출발한 바빌론이고, 마지막은 멕시코 지역의 아스텍 문명이다. 각 지역에 대한 체계 없는 지식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하나의 흐름을 잡아주길 기대했지만 이 글에선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겨있고 간략한 설명으로 이어져 지식이 축적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좀더 깊이 있고 체계적인 지식을 얻기엔 힘들다. 물론 이것도 아는 것이 많은 사람에겐 하나의 흐름이 보일지 모르지만 아직 나에게는 힘겹다.

 

네 문명 지역에 대한 글들 중 대부분을 한 번씩 읽은 내용이다. 가끔은 고고학자들의 의견이 갈리는 부분에선 나의 얇은 지식도 갈라지고, 고고학 개척기의 수많은 학자들 이야기는 역시 어려움과 모험과 낭만이 가득하여 재미있다. 하지만 역시 그 시대의 한계를 느끼게 만들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유물 파괴를 연관시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고학자들이 엄청나게 많은 돈과 노력과 정열을 쏟아 붓지만 높은 현실의 벽은 종교나 세월이나 금전적 이유 등으로 넘기가 쉽지 않다.

 

엄청나게 많은 사진이 나온다. 원제가 고고학의 사진 역사이니 어쩌면 당연하다. 한 장의 사진이 완전히 독립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순간은 무척 짧게, 어떤 순간은 많은 의미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단순히 대단하다거나 이색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진 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두고 보면서 다른 고고학 관련 서적의 참고 자료로도 빛을 발하지 않을까 한다. 대신 사진이 컬러가 아니라는 점은 아쉽다.

 

고고학 역사를 들여다보면 가끔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도굴꾼과 보물 사냥꾼이다. 이들은 유물의 파괴자인 동시에 발굴자인데 순수한 학문적 입장에서 발굴단이 만들어지기 전에 대부분의 유물의 발굴한 사람들이다. 지금도 가끔 보물선을 찾는 사람들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일정 부분 고고학에 기여를 한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기본 목적이 돈이다 보니 돈이 될 듯한 유물만 다루지 그 시대를 복원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덕분에 가끔 뒤이어 온 고고학자들이 그 시대상을 상상하는데 예상하지 못한 도움이나 고민을 안겨준다. 역사의 재미있는 대목이다.

 

사진이 없는 시대에선 그림만이 유물을 정확히 묘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진이 나온 후에도 많은 화가들이 유적을 그렸다고 한다. 사진의 경우 빛과 공기가 뒤섞이며 구조물의 조화를 왜곡하고, 색채를 바꿔버리며, 비율을 흐릿하게 만든 것이다. 그림 또한 하나의 대상을 보는 이에 따라 왜곡이 일어나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유물 사진을 찍는 기술이 많이 발전한 결과 기술적, 미학적 측면에서 대단히 세련된 그림이 나온다니 다행이다.

 

고고학은 상상력에 의해 발전하고 발견되는 학문이다. 신화나 전설에 매혹된 사람들이 그 현장을 찾고자 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발견에 의해 압도되고 매혹당하거나 파괴된 과거의 현장에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과학과 시도가 그 발전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발견된 유적과 유물은 잊혀진 과거를 되살리고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 속엔 상상력이 만들어낸 꿈이 있고, 낭만이 있고, 모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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