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영혼 최재형
이수광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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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소리로 시작하자. 소설은 1919년 1월 8일 일본군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상륙하기 전이다. 이때 한 통의 전문이 온다. 최재형을 검거 또는 사살하라는 내용이다. 이때 정보장교가 최재형에 대해 설명한다. 상해 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이고, 블라디보스토크 일대 조선인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상륙한 일본군을 공격하기 전에 친한 동향 동생인 최봉준을 만난다. 그 후 파르티잔과 함께 일본군을 공격하여 2천 명의 사살하는 쾌거를 이룬다. 대단하다. 하지만 이 업적에 관계없이 치밀하지 못한 전개와 구성이 흥미를 반감시킨다.

 

먼저 상해 임시정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3.1운동 이후다. 일본군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책 후반에 가면 최봉준은 1918년 9월 25일에 죽는다. 뭔가 이상하다. 한국 독립군 사상 최대 쾌거라고 하는 청산리 대첩에서 죽인 일본군은 1,200명이라고 한다. 헌데 파르티잔과 협조했다지만 2천 명이나 되는데 누락되었다면 정말 독립운동사에 큰 오점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이 소설은 연도나 나이 등의 숫자에서 많은 오류를 보여준다. 역사소설이라면 사실과 사실의 고리 속에 허구를 살려내어 감동이나 현실감을 심어줘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

 

최재형. 사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나는 이 분을 몰랐다. 아니 어딘가에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외우고 있던 분은 아니다. 유명한 독립 운동가들의 이름을 많이 외우고 있지는 않지만 이렇게 큰일을 한 분이 역사 속에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민족사의 아픔이자 비극이다. 또 얼마나 많은 분들이 누락되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분이 이룩한 업적에 비해 너무나도 미미한 기록들은 아쉽다. 대중적 반향을 불러와도 부족함이 없는 분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큰일을 했다.

 

한 인물을 발굴하고 소설로서 대중화를 이루고자 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높이 주지만 소설적 완성도에선 낮은 점수를 주겠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 병폐라는 출생의 비밀이 사랑에 덧붙여진 것도 그렇지만 한 위대한 인물의 내면으로 파고들어가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고민하고 아파하고 실천하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강하게 마음속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업적이 너무 많아서인지 아니면 작가의 욕심 때문인지 모르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장면이 거의 없다.

 

또 곳곳에 드러나는 오타와 가벼운 실수들은 몰입을 방해한다. 인물의 내면에 대한 묘사가 약하고, 감정적이거나 너무 쉽게 성장하는 모습들은 현실성을 떨어트린다. 최재형을 시기하고 대립할 듯한 최봉준이 너무 쉽게 독립운동의 후원자로 변하는 모습은 그 계기가 충분하지 못하다. 갈등이나 대립이 약하다보니 긴장감을 고조시키지 못한다. 약간 밋밋한 느낌이다. 그래서 최재형의 생애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못한다. 조선에서 태어나 러시아에 귀화하여 재러시아 동포들을 교육하고 복지와 삶을 위해 노력한 업적들이나 파르티잔을 이끌고 일본군과 힘겹게 싸운 그 열정과 분노 등이 가슴 깊숙이 전해지지 않는다. 역시 한 위대한 독립 운동가를 발견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듯하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에서 회령전투에서 수많은 의병을 잃은 안중근과 최재형의 대화에서 최재형이 한 대사로 맺고자 한다. “괜찮네. 전사한 의병들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나 또한 언젠가는 일본군과 싸우다가 죽을 것 아닌가? 그들은 우리보다 앞서 간 선구자들일세.”(4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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