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뜨기 부처
하니프 쿠레이시 지음, 손홍기 옮김 / 열음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낯선 작가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영화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1984)’가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이 영화에 대한 호평을 보았기에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영화의 각본을 썼고, 대단한 이력과 함께 이민 2세라는 점이 시선을 끌었다.

 

항상 이민 2세들이나 해외 입양자 소설을 읽을 때면 선입견에 빠진다. 물론 선입견이 책 읽는 동안 지속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지만 앞부분에선 그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영국이란 도시와 인도인이라는 것 때문인지 그냥 낯선 풍경처럼 다가왔다. 정확한 시대에 대한 설명이 없지만 대략 1970년대로 짐작되는 시간대에 놓인 혼혈 소년의 이야기로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삶과 사람들로 충격과 재미를 주었다.

 

카림 아미르. 아버지는 인도 귀족이고 어머니는 영국 중산층 출신이다. 이 다른 계층과 문화 배경을 가진 남녀가 만나 낳은 아이가 카림과 앨리다. 소설은 카림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카림의 아버지는 귀족 출신이다 보니 자기 손으로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 요리도 못하고, 집수리도 못하고, 더욱 놀라운 것은 버스 노선도 제대로 모른다는 점이다. 20년을 한 동네에서 살았음에도. 이런 아버지가 에바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에바에겐 찰리라는 아주 잘 생긴 아들이 있다. 불륜은 이어지고 아버지는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은 혼돈에 빠진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카림을 둘러싼 환경은 독특하다. 주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개성이 넘친다. 이민 2세로 인도 말은 하지도 못하고, 인도에 가 본적도 없다. 찰리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성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다른 인도 이민 2세 자밀라와의 관계를 보면 양성애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학교에선 학우들에게 놀림과 폭력에 시달리고, 가정은 아버지의 불륜으로 깨어진다. 그런데 이 아버지가 불교도 행세를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영적 지도자 역할을 한다. 자신과 아들의 정체성도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그가 만들어진 이미지에 의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교외와 도시 생활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교외가 그가 자란 공간으로 혼란을 겪고 부모가 이혼한 시간을 다루었다면 도시 생활은 그 혼란을 더 가속화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씩 찾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 과정을 보면 섹스가 중심에 놓여 있는데 성 정체성과 사랑과 사람과의 관계들이 우리의 보편적 정서로 본다면 충격이다. 그와 어릴 때부터 섹스를 한 자밀라의 부모가 이슬람교도인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찰리와의 관계는 그의 성 정체성에 대한 하나의 잣대인데 뒤이어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그 시절 유럽의 한 단면을 보게 한다.

 

그에 대한 묘사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것이 매력이다. 인종에 대한 편견이 지금보다 더 심한 시대에 여성들은 자신들과 다른 그의 피부색과 외모에 빠지고 유혹한다. 그들에게 그는 단순히 이색적인 경험인 듯하다. 재미있는 점은 그가 극단에서 연기하는 두 인도인의 역할인데 한 명은 아버지의 친구이자 자밀라의 아버지인 안와르 아저씨고, 다른 한 명은 안와르 아저씨가 단식투쟁으로 데리고 온 딸 자밀라의 남편 샹제다. 안와르 아저씨를 연기할 때 그 역할의 비판에서 카림의 삶 속에 스며든 영국적 시각을 지적하는데 이 부분은 뜨끔하면서도 전통의 가치를 새롭게 재해석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책에 빠져 카림의 다양한 삶의 경험을 따라가다 보니 많은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읽고 난 지금 책 속에 담긴 많은 이야기가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당시 사람들의 성 정체성과 문화계와 정치에 대한 풍자는 현재를 돌아보고 비교하게 만든다. 혼혈 이민 2세가 경험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와 경험은 놀랍고 충격적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 속에 담긴 희극적이고 풍자적인 내용은 재미있고 즐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