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세계를 바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사 지음, 강신규 옮김 / 가나북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도 출산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불과 십 수 년 전만 해도 유럽 등의 출산율 저하에 따른 정책에 농담을 하곤 했는데 이젠 우리가 그렇게 된 것이다. 인구 중 65세 이상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로 구분하는데 2000년에 이미 그 단계를 지났다. 세계 유래 없는 빠른 속도라고 한다. 이에 파생하는 수많은 문제점들이 연일 언론매체를 채우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자의 정관수술을 권유하는 것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이 책은 인구 문제를 중심으로 현 세계와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인구가 중심이다 보니 중국과 인도를 많이 다룬다. 특히 중국의 현재와 미래 모습을 인구 중심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예전에 읽은 소설 ‘황화’를 생각나게 한다. 십억이 넘는 인구의 대이동을 다룬 이 소설과 달리 현재는 경제활동인구와 이민이라는 측면을 다루면서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이미 몇 년 전 중국이 세계 원자재의 블랙홀 역할을 한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읽은 책의 영향으로 중국이 옥수수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돌아섰다는 내용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면서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 세계 인구 추세는 선진국은 줄어들고 개발도상국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외형적 차이와는 달리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도시화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빈부격차를 불러오는데 이에 따른 문제점과 그 사회의 미래상을 예상하게 만든다. 특히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나라에서 빈부격차가 점점 커지고, 부유층이 자식을 많이 낳지 않음으로 인한 문제 등을 보면서 노령화 사회가 어떤 미래를 펼칠지 놀라게 된다.

 

저 출산, 고령화 사회는 분명 사회의 건강도를 떨어트린다. 의학과 식생활 개선 등으로 생존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고령 인구가 더 많아지고, 그 고령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젊은 경제 활동인구가 충분히 존재하지 않으면 분명히 사회문제와 세대 갈등이 빚어질 것이다. 이런 문제 중 하나가 연금이다. 서양의 실례를 통해 만난 연금 운영에 비추어 한국과 일본의 연금 방식은 그 시작부터 문제가 있음을 이 책에서 지적하는데 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한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불신의 늪이 깊어진다.

 

재미있는 가정이 하나 있다. “어느 날 캘리포니아에서 멕시코 사람들이 사라지면”이라는 설정이다. 이 설정을 한국의 상황에 맞춰 “조선족이나 동남아 사람들이 사라진다면”으로 바꾸면 어떨까? 아마 수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거나 힘겹게 운영될 것이고 많은 중소기업들이 납기를 맞추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도 이제 수많은 저임금 외부 인력의 도움으로 굴러가고 있다. 헌데 법이나 사람들의 인식은 발전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저 출산이나 중국의 한 가족 한 자녀 등으로 인한 ‘소황제’의 탄생이나 저 출산과 높은 자살율을 보이는 러시아나 자국의 교육 받은 전문가가 해외 인력시장으로 빠져 나가는 필리핀이나 동유럽의 모습은 새로운 문제를 생각한다. 높은 교육열이나 ‘소황제’는 분명 부모의 부가 받쳐주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는 존재들이고, 술 등에 의한 러시아의 높은 자살율과 저 출산은 넓은 영토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 필리핀 등에서 높은 교육을 받은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감으로 인한 자국의 슬럼화는 악순환의 고리처럼 느껴진다.

 

미국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 필립 롱맨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우면서 무서운 내용을 만났다. 종교원리주의 대두와 과학 경시나 계몽운동의 쇠퇴 등으로 미래는 중세로 돌아갈 것이라는 말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종교의 보수화와 출산율에 대한 연관성을 그는 지적한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전쟁보다 연금이나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른 학자들도 주장하는 바이기는 하다.

 

인구라는 하나의 시선으로 세계의 미래를 들여다보니 무리하고 과장된 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 과장된 내용이 현실화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학의 발달로 식량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지역과 국가 간 인구 성장 불균형이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인구 문제는 이제 새로운 세계 인식을 위한 또 하나의 시각을 제공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