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주류 심리학에서 다루지 않는 일상생활의 색다른 측면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는 것을 저자는 괴짜심리학(Quirkology)라고 이름 붙였다. 이 실험 내용을 보면 상당히 특이한 것들이고 몇몇은 TV를 통해 본 것도 있다. 저자는 유별난 주제들을 주류 심리학 방법을 채택하기도 하고, 주류 심리학의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색다른 방법을 채택했다고 하는데 그 하나하나가 상당히 재미난 주제들이다.

 

책은 모두 여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주팔자, 거짓말, 미신, 암시, 웃음, 이타성 등이다. 이 단어들만 보아도 뭔 내용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사주팔자는 말 그대로 태어난 시간에 대한 것이고, 거짓말은 속임수와 연결시켜 풀어낸다. 미신은 유령의 존재나 일상적인 금기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암시는 과연 우리가 조종 받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진다. 웃음은 유머와 함께 즐거움을 주고, 이타성은 인구밀도와 생활의 속도에 대한 연구로 이어진다.

 

사실 첫 두 장은 조금 지루했다. 이전에 본 책이 내용과 중복되는 실험결과가 나오고, 이해력이 떨어졌는지 문장이 복잡한 것인지 모르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실험결과에 대한 분석을 전체적인 하나의 이론으로 엮어서 풀어주는 힘이 약하다보니 약간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의 본래 취지가 그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다양한 실험과 그 결과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식이나 지식을 무너트리거나 더 견고하고 폭 넓게 만들어주었다.  

 

읽다 몇 가지 놀랐던 것은 점성술 부분에서 다룬 19세기 프랑스 상류층 이야기였다. 점성술에 강한 믿음을 가진 그들이 자신의 아이들의 출생일자를 ‘상서로운 날’로 바꿔 신고했고, 이런 ‘천상의 예언’이 실제로 이루어지도록 학교교육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것을 보면서 수많은 나라의 건국신화나 전설이 생각났고, 이를 이용한 사회 인식을 조성하면 다른 방식으로도 이용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식으로 알고 있던 거짓말에 대한 실험에서 웃음, 눈의 깜빡임, 손동작 같은 특별한 행동이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목소리에 의해 알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또 잠재의식 메시지에 대한 실험은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무너트렸다. 1957년 9월 시장조사자인 제임스 비커리의 영화 상영 중 펼친 “코카콜라를 마셔라” “팝콘을 먹어라”와 같은 잠재의식 메시지 실험결과는 현재도 많이 말해지는데 이후 실험결과에 의하면 거의 영향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이름이나 외모나 신문의 헤드라인이 더 영향력이 있다고 한다.  

 

가장 즐겁게 읽은 부분은 유머와 웃음에 대한 부분이다. 유머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과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는 모습은 보여주는 바가 크다. 한때 웃음이 건강에 좋다고 그냥 웃음 전도사가 나와 무리하게 웃곤 하는 모습을 매체를 통해 보았는데 과학적으로 상당히 근거가 있고, 그 자체가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참 많이 웃었다. 띠지의 ‘엄청 웃기고’라고 한 그 의미를 이 부분에서 잘 느꼈다.

 

종교인은 더 이타적일까? 라는 의문에 대한 조사도 재미있지만 역시 속도와 인구밀도에 대한 실험결과가 놀랍다. 현대화로 점점 생활의 속도가 빨라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의 시각은 점점 좁아지고, 여유는 사라진다. 바로 옆에서 누가 아프다하여도 자신의 바쁜 삶 때문에 발걸음을 늦추지 못한다. 세계 각 도시에서 펼친 결과를 보면 몇 년 사이에 더 속도가 빨라졌는데 보면서 안타까움과 각박함을 느꼈다. 나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이기에.

 

이 책이 사람들의 행동에 깔린 철학적 심리학적 원인에 대한 일관된 주장을 보여주지 못한다. 기획의도도 그런 내용이 아닐 것이다. 약간 아쉬운 부분이지만 각각의 실험결과를 보면 우리에 대해 좀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잘못된 편견이나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이런 실험을 통해 그 잘못이 드러나는 것은 재미있고 놀랍다. 하지만 긴 시간 속에 쌓여온 미신과 편견은 이런 결과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그 벽을 쌓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보아야할까? 주류 심리학의 딱딱함을 받아들이기 힘든 독자들에게 재미난 심리학의 모습을 보여주니 한 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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