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 - 이안 맥켈런 주연 영화 [미스터 홈즈] 원작 소설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1
미치 컬린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인상적인 작품이다. 셜록 홈즈와 코난 도일에게 바치는 헌정작이라고 하는데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다루지 못한 홈즈의 노년을 다루고 있다. 가끔 다른 작품들에서도 그들의 노년이나 후일담이 궁금하였는데 이런 종류의 책들이 나오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그것이 원작자의 후일담이 아니라 약간 아쉬움이 있지만.

 

세 가지 이야기를 다루는데 자연스럽게 잘 녹아있다. 노년에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은 현재의 홈즈와 불과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한 기억과 1902년 봄에 벌어진 하나의 사건 의뢰를 다루고 있다. 이 세 가지 이야기가 별도로 진행되면서도 마지막에 가면 연관성을 가지게 되는데 여기서 작가의 능력이 잘 드러난다. 매끄럽고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내었기 때문이다.

 

1947년 현재 영국에 기거하는 홈즈는 불과 얼마 전 일본 여행에서 돌아왔다. 노년인 그의 취미는 벌을 키우는 것이다. 기존의 홈즈 시리즈에서 나오지 않는 이야기(아니면 나의 기억이 잘못되었거나)인데 벌에 관심을 두고 키우는 그의 노년은 사실 기존 시리즈를 생각하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과학의 열혈한 신봉자인 그가 벌을 키우고 로열젤리에 관심을 두고 있다니 누가 생각했겠는가? 아니면 아직 읽지 않은 시리즈에 이런 사실들이 나오는 것일까? 아껴둔 시리즈를 빨리 읽어야 할 듯하다. 어린 시절 읽은 기억이 있지만 지금 그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재독이 필요하다. 어릴 때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어 요즘 약간 주춤하다.

 

다른 하나의 이야기는 원자 폭탄이 떨어진 일본에서의 여행 이야기다. 오랜 시간 편지를 교환하던 우메자키를 만난 며칠을 다룬다. 원폭 이후의 풍경과 작가의 일본에 대한 관심을 담고 있는 듯하다. 아시아 영화광이란 작가 설명을 보면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 여행 기간 동안 만나는 사람들과 과거 기억을 되살리는 장면들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마지막 하나는 글라스 하모니카 연주자란 홈즈의 자전적 소설이다. 사실 세 이야기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품고 있다. 왜 홈즈가 벌을 키우는데 관심을 두고 있는지와 그의 숨겨진 감정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건 의뢰에서 발생한 감정의 동요와 진실과 마지막에 다가온 사고는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열쇠이다.

 

여기서 마주하는 홈즈의 모습은 대단히 연약하면서도 인간적이다. 육체적으로 노쇠하여 지팡이를 짚고 다니고, 수시로 망각 속에 빠진다. 원 제목처럼 가벼운 트릭을 다룬다. 세 시간과 공간 속에 담겨진 이야기가 무시무시한 살인을 다루지 않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진행된다. 물론 죽음이 있지만 살인에 의한 것은 아니고 사고에 의한 것이다. 타고난 관찰력과 분석력으로 단숨에 사건을 해결하는 젊은 시절에 비해 망각을 두려워하는 나이가 된 노년의 홈즈는 예전처럼 날카롭고 빠른 추리는 못하지만 정확하게 원인을 찾아내는 능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서 약간 안도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한 영웅의 몰락을 바라지 않는 나의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로 생각하면 조금 싱겁다. 그런 생각을 조금 버리고 읽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누린다. 간결하면서 정확한 문장은 홈즈에 집중하게 되고, 후일담으로 나오는 몇 가지 사실은 시간 속에 나약한 우리의 모습을 보고 화려한 과거 인물들에 대한 회상에 빠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세 이야기를 아우르면서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에선 감탄을 자아내고 마지막 장면에서 긴 여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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