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마음이 시킨 가장 고마운 일 - 심현보 Love therapy
심현보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심현보라는 사람을 잘 모른다. 가요를 즐겨 듣지만 작곡가나 작사가에 관심을 두지 않고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노래와 가수에게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가끔 누가 이 노래를 작곡했더라 하고 사람들이 그 사람 작품을 나열하면 우와! 하고 감탄하는 정도다. 이런 내가 이 책을 선택하여 읽은 것은 제목과 책이 풀어내는 방식 때문이었다. 특히 에세이라고 하지만 한 편 한 편이 시처럼 느껴지는 글들에 조금 혹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안단테(조금 느리게),이별 앞에 울다. 모데라토(보통 빠르기로), 이별에 길들다. 알레그레토(조금 빠르게), 그리고... 이별을 잊다. 이렇게 세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별에서 시작하여 사랑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과 감정을 솔직하고 짧은 감상으로 풀어내었다. 어느 부분에서는 어딘가에서 자주 본 내용이고, 어딘가에서 본 것이지만 감정에 깊이 와 닿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본 재미있는 표현도 눈에 들어온다. 눈에만 들어온 것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가슴속 깊이 파고들며 자리를 잡는 글도 많다. 그래서 몇 번 그 쪽을 표시하고 다시 들여다보기도 한다.

누구나 말하고 누구나 첫 번째가 힘든 사랑이란 단어는 제목처럼 마음이 시킨 가장 고마운 일이다. 이별이 두려워 시작도 못하는 사람이나 이별의 아픔에 괴로워하는 사람이나 새로운 감정에 놀라워하는 사람이나 모두 이 사랑이란 감정에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비록 지금 자신이 사랑이란 감정 때문에 괴롭고 귀찮고 짜증이 나고 힘들다 하여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 아름다웠던 시간에 큰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비록 잔잔한 그리움이나 잊고 싶은 나쁜 결말이 있었다 하여도.

세 꼭지로 나누어진 이별의 장에서 흘린 눈물을 기억이라고 하거나 식물처럼 하루 종일 숨만 쉰다고 하는 대목에선 아픔이 가슴을 파고든다. 이별의 시간에 길들여지는 장에서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라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고, 누군가에게는 쉽고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사랑해’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 닿고, 사랑은 사랑으로 잊고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는 말에 반대할 때는 시간이란 것을 생각한다. 솔로유발자란 단어에서 다른 영화 제목을 생각하지만 혼자가 좋기보다 둘인게 두려운 사람의 이야기에선 용기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다시 시간이 흘러 이별을 잊고 새로운 사랑이 다가온 순간이 다가온다. 사랑이 사람과 비슷한 글자라거나 그녀에겐 우연인 일이 나에게는 운명이라는 감정은 새로운 시작을 알려준다. 괜히 그녀의 미니 홈피에 들어가 몰래 그녀의 글을 읽는 자신과 그녀의 조그마한 변화에 기뻐하는 모습은 행복한 스토커 그대로이고, 사랑에 우등상보다 노력상이 더 받고 싶고, 자신에겐 너무 무서운 것이 그녀를 위해서라면 그녀와 함께라면 견디어낼 것이 되는 그 순간을 만난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사랑, 마음이 시킨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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