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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사랑 파사랑
다이도 타마키 지음, 이수미 옮김 / 현문미디어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네 사람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모두 10대의 소년 소녀들이다. 살짝 그들의 삶을 엿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약간은 건조한 느낌을 준다. 너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보니 보통 일본소설을 읽기 전 기대하는 재미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았는데 작풍이 그런 모양이다.
다이도 타마키의 소설로는 두 번째 읽은 책이다.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그녀가 그려내는 삶은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네 소년의 삶이 내가 살아온 길과 너무 다른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담담하게 그려내는 그 상황들이 쉽게 가슴속으로 파고들지 못한다. 상황을 좀더 파고들거나 극적인 상황을 연출한다면 더 편하겠지만 그녀는 너무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각각 다른 이야기고 서로 연관성도 없다. 소제목들이 이름에 “~대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그 이름들이 화자거나 주인공이고 그들의 삶이 나에게 쉽게 받아지지 않는다. 조금 마음을 열고 그들을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지만 그것은 이해의 문제가 아닌 감정의 문제다. 살아가는 방식에 의문이 있다기보다 그 삶 자체가 감정과 섞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감정의 거리감을 두게 만드는 것도 역시 작가의 문제와 이야기하는 방식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이 든 남자에게 빠져 있고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지마키나 자신보다 어린 여자들과 사귀고 누나의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는 소타나 너무 다른 두 쌍둥이와 그들을 보는 혼혈아 세피아나 유부남을 사귀고 캐릭터 상품을 다루는 가게에서 아이가 물건을 훔쳐도 아마 말도 못하는 쓰루기나 모두 자신의 길을 간다. 그 길들을 너무 멀리서 보는 느낌이 있다 보니 쉽게 빠져들지 못한다. 또 화려한 문장이나 날카로운 관찰력이 돋보이지도 않다보니 약간 심심한 느낌도 있다. 그럼에도 집중하면 빨려 들어가는 상황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 소설의 문제보다 나 자신의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어렵거나 난해한 소설은 분명 아니다. 비교적 쉬운 이야기 진행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감정에 나의 마음을 더 실어야만 느낄 수 있는 모양이다. 네 편 중 재미있게 읽은 것은 쌍둥이를 다룬 ‘후유오와 하루오에 대하여’이고, 가장 편하게 다가온 것은 ‘소타에 대하여’다. 아마 대상이 모두 남자이기 때문이 조금 더 감정을 이해하고,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어쩌면 동경이 섞여있는지도 모른다. 다음에 요즘처럼 약간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태가 아닌 상태에서 다시 읽고 싶다. 그러면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