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대단한 작가다. 최근에 본 작가 중 오락성만 따지면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간결한 문장과 빠른 장면 전환으로 시선을 잡아끌고, 잘 짜인 구성은 기대를 하게 만들며 충분한 재미를 누리게 한다. 어쩌다 그의 최신작부터 역순으로 읽고 있지만 두 권만으로 그에 대한 나의 신뢰는 충분히 깊어졌다. 아마 최대 히트작이자 세 번째 소설이자 세 번째로 읽는 소설인 ‘구해줘’로 이 즐거움이 이어질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질문한다. 후회하는 순간이 언제였는지? 과거로 돌아가면 어느 때로 가고 싶은지? 이 질문을 받으면 생각에 잠긴다. 후회한 순간은 워낙 많아 다 말할 수 없고,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딱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그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주인공 엘리엇은 바라는 바가 있다. 30년 전 자신의 연인이었던 다시 한 번 더 보는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서는 시작된다.

 

평생 가장 사랑했던 여인 일리나. 미래에서 과거를 본다면 분명 바로 잡을 기회가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바란 것은 그녀를 맘껏 쳐다보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만난 그와 대화에서 그녀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큰 변화를 예고한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생각하자. 과거의 변화는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죽음을 보고 견디기보다 그녀의 살아있는 이별을 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여기서 작용하는 힘은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변하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쉽게 모든 것이 풀린다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일어나는 돌발 상황과 그에 대처하는 두 엘리엇의 모습과 사랑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나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한 번만 더. 이 단어는 우리가 쉼 없이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기회가 주어져도 우린 다시 한 번 더를 외친다. 그 소중한 기회를 올바르게 제대로 이용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기회가 더 크고 비상식적일 경우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신비한 알약이 열 알인 모양이다. 한 번의 기회로 모든 것을 바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것은 다른 소설에도 자주 나오는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사람들의 속성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인 듯하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소설에 더 재미를 주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어디에 분류하여야 할까? 시간여행이란 소재는 SF소설에, 그 속에 담긴 사랑은 연애소설로, 풀어나가는 방식을 보면 미스터리소설로도 가능하다. 이렇게 복잡한 장르가 뒤섞여 있는 속에 작가는 자신의 특징과 매력으로 시선을 끌어당긴다. 이전에 읽은 ‘사랑하기 때문에’에서도 이미 경험하였지만 이런 구성과 전개는 영상적이고 단숨에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약간 유사한 점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이 너무 고착화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읽게 되지 않을까 한다.

 

단 두 권으로 이 작가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는 힘들다. 아니 불가능하다. 하지만 프랑스 작가지만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현재보다 과거에 더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찾아본다. 미국이 주 무대인 것은 다른 책도 마찬가지인 듯하고, 과거에 대한 것은 다른 책을 더 본 후 평가해야겠다. 허나 현재와 미래의 변화를 과거에서 찾는 작업을 보면서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미 결정된 과거를 다루며 즐거움을 준다. 이 점은 뒤에 나오는 연도별 사건, 사고나 스티븐 킹에 대한 평가에서 잘 드러난다. 세상에 킹이 5년쯤 지나면 잊혀질 작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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