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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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고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을 공감하게 되었다. 내가 이미 지나온 시간들이지만 현재의 20대에 대해 단순히 피상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더 심각하게 풀어내고 그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대와의 비교를 통해 나뿐만 아니라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세대 내 경쟁을 넘어 세대 간 경쟁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 불과 10년이다. 연공서열이 무너지고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실에 이렇게 아프게 다가온 책도 드물다. 이전에 박노자의 책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나보다 더 한국의 현실을 잘 알고 애정을 가진 그를 보며 놀랐듯이 이 책에서도 새로운 시각과 논쟁거리를 알게 되었다. 읽다보면 상당히 암울한 현실과 미래가 펼쳐지는데 그 속에서 저자가 풀어내는 몇 가지를 생각하며 가능성을 타진하는 나를 본다. 그리곤 높은 현실의 벽에 가로 막혀 근본으로부터의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더 깨닫는다.

 

이 글 이전에도 비정규직이 문제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은 것은 아니다. 우리와 비교되는 일본의 현실을 드라마나 책으로 접하면서 많은 유사성을 보게 되는데 90년대 이후 정치 경제 분야와 행정 분야에서 특히 많은 점을 생각하게 된다. 공무원들의 뛰어난 업적처럼 말해지는 많은 것들이 일본에서 이미 시행되었던 것이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학원에 시달리는 현실을 몇 년 전에 미리 본 것을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행정적 문화적 비슷함과 달리 경제적 형태에서는 미국식을 극단적으로 따르면서 엄청나게 문화와 충돌을 일으키고 괴리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 일본식 성장모델을 가지고 오다 IMF를 통과하면서 벌어진 틈이 아닌가 짐작한다.

 

또 우리의 386세대에 대한 글에서 세대 간 문제를 들여오면서 현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대목은 섬뜩했다. 지금의 엄청난 과외열기와 더욱 단단해진 진입장벽을 보면서 그 주체가 386이란 점에 무서움을 느꼈다. 그들의 정치성향이 이 나라에 민주화를 가져왔지만 유럽의 68세대와 비교하여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하는 부분에선 90년대 후일담 이야기들과 맞물리며 자기만족에 빠져 있던 것은 아닌가 한다. 386세대 이전 4.19세대가 유신을 지나며 하나의 보수로 돌아간 것처럼 이들도 하나의 세력으로 학벌사회를 더욱 강화시키며 교육 엘리트주의를 강화하면서 자신들만의 성곽을 쌓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20대가 독립해서 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는 무척 힘들다. 높은 집값에서 낮은 임금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이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기 시작한 것이 30대라면 20대는 더 높은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자주 비교되는 일본의 상황에서 프리터들이 알바만으로 생계가 유지되는 반면 한국에선 힘든 것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단순 비교의 위험을 다시 알게 되었고, 압축성장의 부작용이 지금도 터져 나오는 현실에서 분배가 아닌 성장을 외치는 언론이나 권력집단들을 보면서 더욱 암울한 20대의 모습을 본다. 그래서 저자는 바리케이드와 짱돌이라는 80년대 용어를 들고 나왔는지 모른다. 바리케이드는 20대만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짱돌은 마케팅과 브랜드의 노예로 전락한 그들이 하나의 협동체로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만 좋으면 편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세대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진다.

 

친일청산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큰 오점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한 해석은 이전까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프랑스가 독일부역자가 비시정권의 인물을 끊임없이 청산한 것과 비교하는 대목에서 서구적인 의미의 민족주의자가 없었다는 지적한 부분이다. 60대 이상 세대가 민족보다 ‘능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민족주의자가 아닌 반공주의자로 살았다는 대목에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독립군과 그 후손들은 멸종되었고, 소위 일제와의 대척점에서 활동한 순혈 민족주의자 혹은 행동하는 민족주의자를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멸종시킨 사람들이 지금의 60대 이상이란 대목과 지독하게 단결이 강했고 시장경쟁의 가치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 세대가 ‘공정한 경쟁’이나 ‘민족주의’대신 ‘고향사람’이란 말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었단 대목에선 현대 한국사 비극의 시발점을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이 경제학을 전공하였지만 이젠 많은 부분 이론이나 경제사 분야에 대한 지식을 잊어버렸고 현재 새롭게 대두되는 부분에 대해 무지하다. 분석의 틀로 사용되는 수많은 경제학 용어들이 생소하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 지장은 없었다. 그만큼 쉽고 평이하게 쓰인 책이다. 물론 사람 따라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한국 경제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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