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명불허전이다. 이 책에 쏟아진 수많은 찬사를 이미 보았지만 다른 책에서 취향과 다름을 많이 경험했기에 약간 긴장하고 있었다. 헌데 그 찬사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비교적 소설에 까칠한 나에게도 이 소설은 대단하다. 아프가니스탄 현대사와 두 여자의 삶을 이렇게 잘 녹여낸 작품을 만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마리암과 라일라. 이 두 여자는 나이 차도 많다. 가끔 다른 사람들이 이 둘을 보고 모녀 사이인지 묻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한 남자를 남편으로 둔 사이다. 소설 앞부분에서 마리암의 삶을 먼저 보여주고, 다음에 라일라의 삶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은 한 남자의 아내로써 만난다. 이 두 여자의 삶을 다룬 부분에서 삶의 모순을 살짝 보여주었다면 이 둘이 만난 후 그 모순은 극대화된다.

 

아버지가 있지만 함께 살지 못하고, 아버지를 보러간 사이 어머니가 자살한 마리암. 그 하룻밤에 벌어진 사건들은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하지만 그 감정의 흐름은 끊임없이 이어져 마지막에 이르면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가장 행복해야할 10대에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다른 아내들의 등살에 자신의 딸을 시집보낸다. 나이 차이는 20살 이상이다. 그리고 습관성으로 이어지는 여러 차례의 유산은 그녀를 완전히 메마르게 한다.

 

행복한 생활이 이어지던 중 오빠들의 죽음으로 엄마가 삶의 생기를 잃고, 격변하는 정세 속에서 부모가 죽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는 멀리 떠난 라일라.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순간 닥쳐온 비극과 하나의 새생명이 그녀를 라시드와 함께 하게 만든다. 과거의 아름다움과 기쁨이 모두 사라진 순간 그녀에게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준 것이 바로 딸 아지자다. 라일라와 마리암의 나이 차는 19살이다.

 

이 둘은 남편 라시드의 폭력 밑에서 조금씩 우정이 싹트고, 딸 아지자의 존재는 그들을 강하게 이어준다. 자신들이 가진 삶의 척박함과 힘겨움과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주변의 상황은 더욱 여성들의 삶을 힘들고 어렵게 제한한다. 이 삶을 아프가니스탄의 정세와 함께 연결하여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을 하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내가 가진 중동에 대한 이미지는 언론에서 제공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얼마 전 벌어진 인질사태로 약간의 정보를 더 얻기는 하였지만 새삼스럽게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불과 몇 주 전에 읽은 ‘집으로 가는 길’에서 느낀 것처럼 황당하고 무서운 사건과 폭력이 이 속엔 아주 쉽게 일어난다. 처음엔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을 위해 싸웠던 단체들이 이제는 권력을 위해 싸운다. 그 와중에 수많은 죄 없고 힘없는 민중이 죽는다. 소련군을 물리치기 위해 미국이 제공했던 무기들이 상대방을 향해 날아가는 도중에 수많은 이웃들이 산산조각 난다. 무기엔 눈이 없는 탓에 더욱 그 피해는 막심하고, 그 결과는 보는 이로 하여금 치를 떨게 한다.

 

그 나라 국민이 아니니 정확한 판단은 유보하지만 분명한 것은 탈레반이 권력을 잡는 순간 모든 것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코란 이외의 책은 모두 불타고, 여자들은 더욱 억압받는다. 종교적 광신과 경직된 율법의 운용은 사람들의 삶을 짓누르고 움츠려들게 한다. 이 속에 두 여자는 남편의 폭력과 억압 아래에서 더욱 고생한다. 단순히 작가가 시대의 거대한 흐름 속에 이 두 여성의 삶을 그려내는 것에 그쳤다면 약간 뛰어난 작품 정도에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 흐름 속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고, 비극을 아름다움으로 이끌고, 폭력 속에 피어난 우정과 희망을 보여주면서 대단하다고 감탄하게 한다. 특히, 마리암의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접하는 순간 그 과거의 기억들이 현재와 미래로 이어져 눈시울을 더욱 붉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그곳 여성들의 삶에 대한 가장 잘 나타내어주는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마리암은 여자들이 강간당할 것이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남자들이 그들의 아내나 딸이 병사들한테 강간을 당하면 명예가 더럽혀졌다는 이유로 죽인다는 얘기를 들었다”(340쪽 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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