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으로 기욤 뮈소의 책을 읽었다. 그의 처녀작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손이 가지 않았다. 사실 두께 때문에 주저했다. 그리고 이사하면서 어딘가로 휩쓸려 들어가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작가의 이름과 책 제목만 기억하고 있었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부피가 두껍지 않아 빨리 읽겠구나 생각했다. 예상한대로 빨리 읽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작은 분량 때문이 아니라 책이 주는 대단한 몰입감 때문이다. 책은 320쪽이 넘는다.

 

흔히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고 한다. 그렇다. 이 소설이 술술 넘어가게 한다. 그러다 잠시 쉬면서 페이지를 확인하면 이렇게나! 하고 놀란다. 짧고 간결한 문장과 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들은 속도감을 최대로 높여준다. 보면서 몇 편의 영화가 휙~하고 지나갔고, 읽고 난 후도 이전에 본 영화와의 유사함에 어떤 영향을 받았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소설 속에서 본 것은 관계와 용서다.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하나의 비행기에서 풀어내는 장면들을 보면 약간 작위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이해가 된다. 미스터리한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시선과 긴장감을 끌어들이고, 과거로 들어가면서 각각의 삶에 숨겨진 아픔을 드러낸다. 이 과정들이 자연스럽고 공감대를 이룬다. 잃어버린 아이 때문에 자신의 삶이 파괴된 마크나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뉴욕을 방황하는 에비나 자신을 마약과 술에 맡겨버린 앨리슨이나 모두 상처를 품고 있고, 그 상처가 주는 아픔을 견뎌내지 못한다. 그들이 저지른 실수와 안타까움과 그리움 등은 밖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와 아픔과 괴로움을 준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을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학대하는 것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남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스스로 용서하고 받는 것이다.

 

유명한 정신과의사로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자신은 결코 도움받기를 거부한 마크를 보면서 역시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도움받기를 거부하지 않는 것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자신의 의지가 원하지 않는데 몸이 따를 이유가 없다. 현실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현실이 이렇다 말하고 보여주어도 그의 눈과 마음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생각한다. 열린 마음을 다시 되새겨본다.

 

빠르게 읽히는 중에도 앨리슨의 모습에서 패리스 힐튼을 보았다. 신문의 온갖 소문란을 가득 채우는 그녀의 행적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기 때문이다. 아마 작가도 그런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뭐 딱 한 사람의 특징만 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너무 비슷한 이미지다. 돈 많은 사람은 돈 많아서 고민이고, 돈 없는 사람은 없어서 고민이라는 사람들의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사랑.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 낯간지러워서 혹은 너무 흔해서 말하지 못하지만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다.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인 용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자신을 믿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잊고 싶어 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한 공간에서 서로 자신의 비밀과 감정을 풀어내면서 아픔을 치료하는 모습은 작위적인 부분도 눈에 들어오지만 대단하다. 그 미스터리가 풀리는 순간 감탄을 자아내지만 충격적이지는 않다. 이미 이와 비슷한 영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약간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다른 작품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다. 그것도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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