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리스 브루클린 밀리언셀러 클럽 72
조나단 레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한글로 듣고 생각한 것은 murderless였다. 하지만 원제목을 보니 motherless다. 주의 깊게 원제를 보지 않았고, 밀클에서 다루는 하드보일드 소설이라는 선입견에 눈이 가려진 모양이다. 책을 모두 읽은 지금 이 제목을 어떻게 풀어내야할지 잘 모르겠다.

 

하드보일드 소설도 많이 읽는 편이지만 가끔 나의 취향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그 유명한 레이먼드 챈들러도 쉽게 빠져들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맞지 않나 생각하지만 조지 펠레카노스의 소설을 재미있어 하는 것을 보면 또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다만 문장이나 구성을 넘어 다루는 소재와 주제에 따라 몰입도와 선호도가 조금 변하는 모양이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사실 ‘파이트클럽’을 지루하고 난해하게 읽었고, ‘LA 컨피덴셜’을 영화로만 본 나로서는 이 두 작품의 흡입력과 리얼리티라는 광고 문구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만약 두 작품이 바뀌었다면 어떨지 모르지만 최소한 나에겐 동의하기 힘든 광고다. 하지만 ‘LA 컨피덴셜’을 쓴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 큰 재미를 보았기에 어느 정도 기대를 하였다.

 

투렛 증후군을 가진 탐정이 나오는 이야기라 하지만 탐정이라기보다 흥신소의 조사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처음엔 라이어넬이 형사로 잠복근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의 사장이자 형님인 프랭크가 죽고, 그와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대목에 가서 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를 포함한 네 명의 고졸 중퇴자들의 성장과 현재를 짧게 요약한 그 부분을 읽고 난 후 주인공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하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다시 이 장을 살펴보니 제목이 엄마 없는 브루클린이다.

 

사실 투렛 증후군이니 틱이니 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 알고 나니 소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그의 이상한 행동을 사이코니 괴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지만 아마 나 자신도 길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면 보통 사람들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 이 증후군의 여파로 만들어지는 단어들의 홍수는 번역자도 고생이었겠지만 읽는 나도 고생이었다. 원문을 모르는 상태에서 괴상한 단어의 조합과 의미 없는 듯한 단어는 묘하게 사람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그리고 투렛 증후군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는 그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소설을 펼치고 읽다 뒷 표지를 잠시 보았을 때 복수의 노래라는 단어에서 신나고 액션이 가득한 장면들을 연상했다. 이 특이한 증상을 가진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범인을 찾아서 신나게 해치울 것인가? 하고 그 장면들을 나름대로 만들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상상이었다. 어쩌면 미키 스필레인식이나 아니면 조지 펠레카노스 정도의 복수극을 상상한 것 자체가 잘못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 속에서 은근히 그런 통쾌한 복수극을 좋아하는 취향이 있음을 느낀다.

 

이 소설이 시리즈의 첫 권이라면 아마 다음 권은 더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한다. 투렛 증후군으로 튀어나오는 단어들과 상상한 것과 다른 전개와 결말은 작가가 그려낸 현실에 압도되기엔 너무 강했다. 아니면 현실을 뛰어넘은 활극을 보고자 하는 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의 특징이 주인공으로 감정 이입되는 것을 쉽지 않게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게 된다면 또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되고 즐길지 모르지만 지금 나에게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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