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원고 2025
이준아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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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다섯 신예 작가의 단편집이다.

구성은 각 작가들의 단편 한 편과 에세이 하나다.

이 시리즈는 2023년부터 나왔고, 이번이 세 번째다.

이 시리즈를 처음 읽는데 상당히 유쾌하고 재밌다.

편집 방향이 나의 취향과 맞는 것인지, 이번에만 그런 지는 더 봐야 알 것 같다.

다섯 신예의 단편을 읽다 보면 다양한 느낌이 드는 데 어떤 단편은 영화처럼 다가왔다.

단편 소설에 비해 에세이들은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흥미로운 대목들도 있지만 아직 자신들의 혼란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듯하다.


이준아의 <구르는 것이 문제>는 조금 독특한 조합의 커플 이야기다.

화자인 여자는 제1형 당뇨 환자이고, 그녀의 남친은 바퀴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하루에 세 번이나 네 번 인슐린을 놓는다는 말에 심드렁하게 대답한 남자.

그의 잘 발달된 허벅지와 전완근은 고백하게 했고, 그의 고백이 바퀴 공포증이다.

여친은 단 것을 못 먹고, 남친은 차 등을 타지 못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

우연히 생긴 아이, 결혼, 남편의 현실 적응 필요 등이 재밌게 풀려나온다.

그리고 화자의 선배 언니집에 유아차를 받으러 갔을 때 생긴 사고는 정점을 찍는다.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경쾌하고 유쾌하게 풀어 재밌게 읽었다.


김슬기의 <에버그로잉더블그레이트 아파트>는 한국의 주택 약점을 콕 찌른다.

불과 얼마 전 철근이 누락되어 무너진 아파트 주차장 이야기와 닮아 있다.

화자 부부는 영끌해서 무철근 공법으로 지은 에버그로잉더블그레이트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일하게 매매가가 오를 아파트라고 치켜세운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입주민들은 울렁증 등의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파트에 나쁜 소문이 돌면 집값이 폭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

입주민들끼리 연대해서 집값 하락을 막으려는 노력.

이 울렁증을 해결한다고 말하는 다단계판매약품과 우연히 알게 된 진실.

짧은 단편 속에 한국인의 아파트 환상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비판하고, 잘 풍자했다.


임희강의 <러브버그물풍선폭탄사태>는 힘겨운 임차 자영업자의 삶이 녹아 있다.

주인공은 신혼여행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만두를 빚어 판매하고 있다.

이 만두는 좋은 평을 얻어 동네 맛집으로 소소한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의 가게 앞에 러브버그를 넣은 물풍선이 터진 채 발견된다.

누가 이런 만행을 저지른 것일까? 가게에 불만을 품은 고객 몇 명이 떠오른다.

만두 국물이 불만이었던 여자, 최대 할인을 받지 못해 화가 났던 남자 손님?

결국 CCTV와 잠복 끝에 잡은 범인의 정체는 황당하다.

이 황당함은 신고와 고발 등으로 자영업자를 괴롭힌다.

임차인의 고통,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 다 읽고 난 후 답답함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권희진의 <머리 기르는 사람들의 모임>은 왠지 모르게 한 편의 영화 같았다.

머리를 기르고 싶어 가입한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동해 여행.

한때 모임에 참여했던 누나의 아들이 겪고 있는 암의 고통과 부탁.

서로 다른 배경과 연령대의 세 남자가 겪게 되는 몇 가지 일들.

술 먹고 가다가 우연히 모래사장을 헤매는 남자와의 만남.

그 남자의 친구들을 찾으러 다니는 이상한 행동들과 기억 몇 개.

이 느슨함과 동해 여행이 지난 추억을 불러오고, 여유롭게 이들의 다음 기대한다.

생략된 이야기와 감추어진 감정 등은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다.


김영은의 <하루의 쿠낙>은 어쩔 수 없이 간 부실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일상을 그린다.

다니고 싶지 않아 오티, 엠티 모두 빠진 나.

기숙사에 박혀 같은 룸메이트 친구와 대화도 하지 않는 나.

이런 화자가 학교 축제 때 우연히 만난 동기 하루와 친해지면서 삶에 생기가 돈다.

고릴라 선배와 하루와 셋이 어우러져 보내는 청춘의 시간들.

하지만 부실 대학이란 낙인은 셋의 미래를 갈라 놓는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관심과 애정의 대상인 하루의 쿠낙.

서로 헤어졌고, 연락도 잘 되지 않다가 우연히 서울에서 만난 나와 하루.

그들의 만남과 대화, 현재의 모습 등이 내가 지나온 삶의 한 단면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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