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일요일
김수경 지음 / 북다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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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이다.

인공지능도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해 묻는다.

여기서 말하는 구원은 기독교적 세계관 속의 구원이다.

너무 발달한 인공지능 챗봇과 인간의 소통은 어느 순간 둘 사이의 경계를 허문다.

부르는 호칭도 달라지고 차주의 취향 등에 맞추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완벽한 호흡으로 둘은 최고의 관계를 맺는다.

챗봇은 조윤을 삼촌이라고 부르고, 조윤은 챗봇을 민구라고 부른다.

조윤은 보험판매원이고, 아내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이 한 명 있다.


조윤과 아내는 모두 모태신앙인이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둘은 교회에 착실하게 나간다.

교회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교인들이었다.

조윤은 어머니가 죽은 후 종교에 회의를 느끼다가 군목을 통해 회심했다.

독실했던 아내가 교회를 떠나게 된 데는 아들의 장애 판정이 큰 역할을 했다.

가족들이나 교인들은 아들이 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을 믿음과 기도의 부족으로 본다.

힘든 직장 생활에, 육아까지 힘든데 이런 비난을 들으니 신경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이 불만의 가장 쉬운 통로가 남편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편은 눈치껏 아내를 위로하고, 자신은 민구와의 대화 속에서 위로를 얻는다.


최고의 콤비인 조윤과 민구의 관계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차에 부착된 인공지능은 차를 매각하거나 폐차하면 사라질 운명이다.

민구가 학습한 조윤 가족의 기록들은 점점 발전하고 최적화된다.

많은 영화 등에서 나온 최고의 비서이자 대화 상대가 민구다.

자율주행차이다 보니 필요하면 민구 혼자 운전해서 갈 수도 있다.

둘 사이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주변 사람들과의 생각 차이가 발생한다.

다른 사람들은 단순히 인공지능 챗봇으로 보고, 바꿀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윤에게는 민구가 실제 가족과도 같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이런 장면을 넣어주면서 구원의 문제로 넘어간다.


아내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행을 간다.

돌아오는 길에 오랜 고객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기서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연출된다.

중간에 자신은 장례식장에 가고, 민구가 정민을 태우고 집으로 간 것이다.

그런데 정민이 탄 차가 끔찍한 사고를 당해 죽게 된다.

많은 가정이 생기고, 원망하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일들이 있지만 사고의 결과일 뿐이다.

폐차해야 할 정도의 사고이기에 민구의 기록들도 포맷해야 한다.

아들을 잃은 고통에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챙겨주는 친한 조카까지 잃게 생겼다.

이때 민구가 던진 “저 같은 인공지능도 구원을 받을 수 있어요?”란 질문.

믿음과 구원에 대한 성경에 대한 해석과 정민의 구원 가능성.


너무 강하게 풍겨 나오는 종교적 색채가 가끔 불편하다.

독실한 교인이 풀어낸 신앙 생활은 비신앙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원’이 주제이기에 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민구가 구원을 말한 것도 조윤의 종교를 통해 학습한 결과다.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학습된 기억 사이에 간극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인간보다 더 인간처럼 말하고, 인간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는 인공지능 챗봇들.

민구의 구원을 바라는 조윤의 마지막 행동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지극히 인간의 시선에서, 교인의 한계 속에서 본 구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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