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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링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평점 :
작가의 책 표지를 보면 낯익은 것들이 많다.
이 낯익음과 달리 읽은 책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 문학을 잘 읽지 않기에 이런 괴리감이 더 생긴다.
책을 선택한 것은 흔한 학교 폭력이란 단어보다 연대와 위로의 힘 때문이다.
여기에 딥페이크 범죄까지 다룬다고 하니 관심이 생겼다.
실제 읽으면서 긴 시간을 다루는 것에 놀랐고, 수채의 심리 변화에 눈길이 갔다.
특히 엄마와의 대화 속에 수채가 드러낸 포기의 감정은 순간 울컥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다.
수채가 덤덤이를 처음 만난 것은 아빠의 충동적인 결정 때문이다.
강아지 안락사를 막기 위해 강아지를 입양한 것이다.
작은 개가 아니라 아파트에서 키우기 힘들었는데 이사를 하게 되면서 집밖에서 키우게 된다.
수채는 중학교 입학을 하면서 새로운 동네에 오게 된다.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데 우연히 미주 옆에 앉게 된다.
짧은 대화가 오고 간 사이에 둘은 친구가 된다.
미주에 대한 소문이 부모들 사이에 나쁘게 돌아다닌다.
엄마는 미주와 친해진 딸이 불만이고, 다른 친구를 사귀길 바란다.
미주는 자신의 가장 큰 비밀을 수채에게 말해주는데 그것이 딥페이크 범죄다.
하지만 사람들은 미주의 잘못이 아닌 데도 이것을 가정사와 엮어 나쁘게 본다.
한 번 사로잡힌 선입견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수채는 덤덤이와 함께 뒷산을 산책하면서 들개들과도 친해진다.
자신만의 공간 진달래 바위도 발견하고, 학교에서 느낀 불안감도 이곳에서는 사라진다.
역대급 양아치로 불리는 민수와 문제가 생기면서 수채의 학교 생활은 힘들어진다.
이때 도움을 손길을 내준 인물이 미주다.
미주의 딥페이크 범죄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미주도 공격 대상이 된다.
미주는 민수 패거리와 싸우고, 정학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다른 학교로 떠난다.
아이들 자체로 보지 않고 부모 배경을 중시하면서 사건은 왜곡된다.
학교의 대응은 수동적이고, 돈에 놀아난다. 현실의 지독한 반영이다.
읽는 내내 답답함을 느낀 것은 이런 현실의 반영 때문이다.
미주의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엄마의 추궁은 또 어떤가?
가해자를 욕해야 하지만 미주의 가정사와 엮어 미주를 멀리하게 한다.
가장 친한 친구마저 떨어져 나간 수채에게 비극은 또 생긴다.
들개들에 대한 혐오를 내뱉던 아저씨의 바람대로 사살된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누구의 편이 되는가에 따라 생각이 나누어질 수 있는데 작가는 수채의 편이다.
이 들개들이 어떻게 무리 지으면서 살게 되었는지는 우리가 잘 안다.
반려로 생각하지 않고 애완동물로 생각한 사람들이 버린 개들이다.
이런 수채의 삶에 희망이 되어준 것은 남자친구 무진이다.
환상적인 선물 같은 존재이지만 무진에 대한 평은 그렇게 좋지 않다.
그의 잘 생긴 외모와 여성 편력이 문제이지만 수채는 그의 위로가 큰 도움이 된다.
수채의 휘파람은 개들과 소통하는 방식이자 가장 오래된 언어다.
휘파람을 불면서 개들과 가까워지고, 섬세한 관찰을 통해 개들의 감정을 읽는다.
학교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엄마가 준 호루라기는 다른 방식의 언어다.
민수와 엮인 사건에서 부모가 보여준 행동과 반응은 이해하지만 분노하게 한다.
딸을 걱정하는 마음은 가득하지만 그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려는 노력은 없기 때문이다.
정신과에 보내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하지만 그 본질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다.
억눌린 감정, 헤아리지 못하는 부모, 겉도는 학교 생활, 깨어진 연애.
개들의 세계를 보면서 인간과의 관계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운다.
묵직한 현실과 답답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지만 휘파람과 뛰어노는 개들은 마음을 안정시킨다.
길지 않는 분량이지만 생각할 거리와 반성할 부분들이 많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