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든 걸음에는 이유가 있다
김아영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3월
평점 :
기자 출신의 첫 여행 에세이다.
저자는 한국방송기자대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항공사 승무원이었고, 지방 뉴스 기자로 재직하다 MBC로 이직했다.
MBC에서만 8년을 근무했고, 그곳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요약되는 이력은 이 책 속에 그대로 나온다.
뉴스를 잘 보지 않는 나에게 솔직히 김아영 기자는 낯설다.
자신이 잘 하고 바라던 직업을 떠난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서다.
네 번의 걸음 속에 담긴 여행지 커피 및 차 전문점과 그녀의 과거와 엮여 하나씩 풀린다.
첫 번째 발걸음 장소는 대만이다.
저자는 흔한 여행지의 관광지나 아름 풍경을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찾아간 커피 전문점 등에서 경험한 것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커피와 차의 맛과 향에 집중하고,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에 눈과 귀를 기울인다.
단순히 이곳의 맛과 향을 다루었다면 더 많은 곳을 방문해야 했을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엮어서 하나씩 풀어낸다.
약간 놀랐던 부분은 자신의 강박증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이다.
이보다 더 놀란 것은 이 강박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도와준 친구다.
이런 친구 한 명이 있다는 것만으로 삶은 충분히 풍족하다.
두 번째 걸음은 일본에서 경험한 것들이다.
승무원 경험이 흘러나오는데 살짝 그 세계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
그녀는 승무원에 갑작스럽게 합격했다고 하는데 약간 의문이 생긴다.
승무원 학원까지 다니면서 준비하는 사람들과 기자의 격을 나누는 듯하기 때문이다.
여행지의 노을 보면서 일하고 살던 곳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노을을 떠올린다.
일상을 벗어난 여행지 속에서 우리가 다시 일상의 생각하는 것과 닮아 있다.
말차와 호지차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300년된 차 가게가 더 눈길이 갔다.
긴 세월보다 세 번을 우려내는데 각각 다른 온도로 우려낸다고 한 부분이다.
40도, 60도 이런 식으로 온도를 높인다 마지막 세 번째는 정확한 온도가 없다.
물 온도를 같이하고 우리는 시가는 달리하는 것은 봤지만 이런 방식은 새롭다.
베트남이 세 번째 걸음이 있었던 곳이다.
대부분 다낭과 호이안이란 지역에 머물었는데 다낭에서 만난 탄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오토바이를 처음 타봤다는 저자, 탄과 장의 호의와 친절.
이 사이에 기자 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힘든 일들.
여행지에서 만난 최고의 선물은 좋은 친구란 것을 알게 하는 에피소드들이다.
그리고 호이안의 Uncle huan coffee에서 청년이 만들어준 커피 아트는 최고다.
사진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멋지다.
기자 생활을 마무리하는 장면을 보면서 다른 직장으로 떠난 동료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관계를 맺었던 선후배에 대한 단상은 직장이라 삶의 현장을 돌아보게 한다.
마지막 발걸음이 걷는 곳은 한국이다.
한때 한국에 갈 곳이 많다고 말했지만 늘 가는 곳만 간 나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늘 이런 저런 이유로 가지 못했다.
남편의 아버지 이야기를 읽다가 오래 전 아버지와 술 한 잔 했던 날이 떠올랐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데 어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즐겁게 했다고 한다.
이런 소소한 일들이 조금씩 쌓여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준다.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풀어낸 것도 시아버지의 부고와 이어진다.
가족들을 위해 온갖 힘든 일을 겪으면서 급여를 받는다는 것을 말한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담고 있는 비디오는 나와 아이의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저자는 모든 걸음에 이유가 있다고 했지만 나는 그냥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