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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 ㅣ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고수경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열린책들 한국문학 소설선 두 번째 소설집이다.
열린책들이 한국문학을 낸 것이 이번이 두 번째다.
2022년에 낸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이 있었다.
대부분 낯익은 시인들이지만 낯선 이름도 몇 명 보인다.
하지만 동시대의 소설가 작품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처음 만나는 작가인데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등단작이 표제작인 <옆사람>인데 읽고 나서 마음이 불편했다.
이런 불편함은 다른 소설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독 읽는 이의 마음이 잘 비친다.”란 평론이 마음 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읽으면서 나의 선입견이 먼저 작용하고, 놓친 대목들을 돌아보게 했다.
첫 단편 <새싹 보호법>이 대표적이다.
새싹이란 단어 때문에 교사가 고등학교를 담당한다는 것을 순간 잊었다.
섬이란 지형은 아주 좁고 적은 사람들이 머무는 곳으로 미리 짐작했다.
하지만 이 섬에는 무려 3만 명이 거주하는 결코 작지 않은 섬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안전한 공간을 찾아 떠도는 아이를 뒤쫓는 교사에 몰입하지 못한다.
생략된 이야기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명확하지 않거나 내가 놓쳤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방>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에 대한 갈구가 느껴졌다.
두 연인의 긴 동거와 서로 다른 생각은 좀더 열린 마음으로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집문 번호를 잘못 눌러서 생긴 이야기를 다룬 <이웃들>.
옆집 사람도 모르는 우리의 현실과 현대인의 삶을 보여준다.
이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사람은 이사했거나 해외여행 중이다.
다른 집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는 가끔 이상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분실>은 방콕에서 캐리어가 바뀐 지영의 심리 변화가 눈길을 끈다.
그녀가 찾아온 대학 동기 은희의 방콕에서의 새로운 삶도 마찬가지다.
캐리어를 찾으러 치앙마이까지 기차를 타고 떠나는 그들.
엇갈리는 현실, 과거의 기억들, 과거의 흔적.
여운이 강하게 남고, 예전에 갔던 치앙마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아직 새를 몰라서>는 유산한 아내가 돌보는 저어새 소금이를 둘러싼 이야기다.
장인이 낚시 갔다가 데리고 온 멸종위기종 저어새.
이 새를 집 화장실에서 키우고, 산책한다.
그리고 이 부부사이에 있었던 불행과 일상의 틈을 파고든다.
소금이를 돌보는 일이 무너졌던 마음을 데우고 서로 의지하게 한다.
<좋은 교실>은 학습지 선생하는 엄마가 느끼는 불안과 현실이 강렬하다.
수많은 아이들이 하는 학습지. 이 수업이 싫어서 화장실로 도망간 아이.
아들의 친구가 자살한 사건 때문에 이사했지만 아들은 이전 친구를 만난다.
한국 교육의 현실, 경쟁, 서로 엇갈리는 마음과 깊게 파헤치지 못하는 불안감.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나를 대입할 수밖에 없었다.
<탈>은 SF적 요소를 넣었지만 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얼굴 전면을 가리는 마스크가 상용된 미래 사회.
사람들의 본 모습은 사라지고, 마스크에 꾸민 모습만 타인에게 보여준다.
이와 비슷한 설정의 소설들을 몇 편 보았기에 낯익지만 몇 가지는 흥미롭다.
고객들의 불만과 갑질을 기계대신 사람으로 내세워 욕받이처럼 설정한 부분이다.
표제작 <옆사람>은 남편의 지갑분실과 삼장마비 죽음을 엮었다.
남편은 지갑을 옆좌석 사람이 훔쳤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심장마비로 죽었다.
그의 오해와 언론이 무책임하게 말하는 사람들의 무관심이 엮인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녀가 결혼했던 남편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 나아가게 한다.
결혼한 부부가 결코 ‘우리’가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옆사람이란 호칭.
남편을 남의 편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이 옆사람이란 단어가 복잡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