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슬픔
엄현주 지음 / 문이당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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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읽을까? 말까? 한동안 주저한 소설이다.

대치동에서 미혼모와 단 둘이 사는 열다섯 살 소녀의 성장일기란 말에 읽기로 했다.

엄마가 단 둘이 사는 아이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봤다.

오래 전 소설들이 결손과 아버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득 채운 것과 다른 전개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삶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이 여중생이 살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현실들이 나의 마음 곳곳을 찌른다.


미혼모의 딸인 송화는 한의원을 하던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한의원에서 일하던 엄마는 샌드위치를 가게를 열었다.

자신들이 살던 집은 전세를 주었고, 가게 한 구석에 방을 만들어 살고 있다.

열다섯 살 소녀의 엄마는 이제 겨우 서른다섯 살이다.

엄마의 꿈은 딸이 한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한의원을 다시 여는 것이다.

한국에서 한의대에 들어가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비록 송화가 대치동 중학교에서 반1등을 늘 한다고 해도 말이다.

자신을 위해 홀로 열심히 일하는 엄마는 보면서 송화는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송화가 만나고 경험하는 일들을 담고 있다.


여중생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을 빼면 당연히 친구다.

부유한 아이들이 사는 동네답게 아이들은 유학과 어학연수를 말한다.

송화에게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친구들은 수업이 끝나면 잠시의 쉴 틈도 없이 학원을 돌아야 한다.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 학원을 보내는 이유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다.

부모의 바람과 다른 결과가 뻔하지만 불안감에 풀어놓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유학을 말하는 친구가 나오는데 그 이면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건물주인 약사 아저씨가 기러기 아빠란 것은 의도적인 것이다.

아내와 딸이 미국에서 유학을 하는데 이 비용을 홀로 끼니를 때우면서 부담한다.


임대 비용을 올리면서 악덕 건물주였던 약사 아저씨에 대한 감정이 어느 순간 변한다.

기러기 아빠로 살면서 샌드위치와 라면 등으로 끼니 때우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자식의 유학비를 벌기 위해 임대료를 올린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약사 아저씨는 방학이 되어 아내와 딸이 올 것을 기대하고 즐거워한다.

하지만 둘은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고, 실의에 잠긴다.

이때 송화는 잠시 약사 아저씨의 친구이자 딸이 된다.

송화도 자신의 아버지라면 하고 잠시 상상을 한다.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길고양이 플루토가 나타나면서 더 가까워진다.

현재 삶이 바쁜 둘이지만 잠깐이나마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눈다.


송화의 엄마는 대학생 때 임신해서 아이를 낳았다.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았고 부모의 도움을 받아 키웠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다른 삶을 살지만 한 가지 꿈을 가지고 있다.

딸 송화가 한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한의원을 다시 여는 것이다.

아직 젊고 이쁜 그녀에게도 사랑이 찾아오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중학생 딸이 딸린 여자를 쉽게 받아줄 남친의 엄마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생기는 몇몇 에피소드는 우리 삶의 인식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혼자가 된 엄마와 올케 사이의 갈등도 풀어야 할 문제다.

이 문제가 풀릴 때 또 다른 사건 하나가 끝나고 약간의 희망을 보여준다.

중학생들이 보여주는 청춘의 밝은 빛과 현실의 무게가 적절히 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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