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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성수진 외 지음 / 열림원 / 2024년 12월
평점 :
열림원에서 새로운 문학상을 시작했다.
이미 ‘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이 반기별로 나오고 있는데 문학상을 만든 것이다.
한국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점점 한국 소설가들과 멀어지고 있는 나에게 이런 소식은 잠시나마 가까워질 기회가 된다.
나의 저질 기억력을 감안하면 이런 문학상 수상자들은 반복되는 시간 속에 남는다.
이 문학상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의 이력을 보면서 나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실제 당선 작가들 이력을 찾아보니 한 명만 읽은 적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책이 출간된 작가가 있어 놀라기도 한다.
대상을 포함한 다섯 편 중 나의 취향과 맞는 단편은 세 편이다.
두 편은 취향을 벗어나 쉽게 몰입하지 못했고, 약간 겉돌았다.
특히 장진영의 <날아갈 수 있습니다>는 이야기의 핵심을 놓치면서 집중하지 못했다.
사생팬이란 사실은 알겠지만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파편적으로 다가왔다.
자극적이지만 건조하게 표현한 문장들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고하나의 <우주 순례>도 무엇인지 모르게 혼란스러웠다.
어린 시절 자서전에 뜬금없이 등장한 좀비.
온라인 동행인들과 함께한 미국 사막 여행과 영상 편집 이야기.
현실에 뛰어든 비현실 존재와 비현실적 풍경 속 현실의 내가 조금 어지럽다.
대상작 <눈사람들, 눈사람들>은 먼저 대전 풍경으로 시선을 끌었다.
기묘한 수현과 연지, 두 명의 만남과 산책, 오해로 맺어진 흐릿한 친구 사이.
사라질 건물의 나무에 살고 있는 백로와 베어진 나무 때문에 사라진 백로.
다 풀어내지 않고 남겨 놓은 두 사람의 과거 이야기들.
이렇게 남겨둔 여운이 백로의 귀환과 함께 다음을 상상하게 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간 풍경 속에서 발견한 그 백로와 느슨한 관계는 오히려 긴 여운을 남긴다.
강렬함은 없지만 나른한 봄날에 취한 듯 그 분위기 속에 빠져든다.
이돌별의 <포도알만큼의 거짓>은 학교와 교사 이야기로 시선을 끌었다.
담임이 아니기에 문제아이들과 떨어져서 관찰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두 선생님을 보면서 그 차이를 알아채고 냉정하고 판단한다.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감정이입하고, 동의하는 부분들이 생긴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같은 상황에서는 헛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서현의 <얼얼한 밤>은 단순히 이야기만 놓고 보면 가장 재밌다.
작가의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 <펑>을 재밌게 읽은 적이 있다.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 엄마의 재혼 후 키웠던 다른 자식들.
이 자식들이 버린 엄마의 시신과 처리 문제가 황당하면서도 재밌게 풀려나온다.
그리고 이 대화 속에서 서로가 몰랐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세 남매가 마주했던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할 부분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