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분만 더
하라다 마하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살아가다보면 무수히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딱 한 번만! 이라는 말이다. 그리움에, 아픔에, 괴로움에, 기쁨에, 즐거움 등등에서 우린 이 말을 하곤 한다. 이 간절한 말이 나오는 순간은 너무나도 다양하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간절한 마음을 소재로 얼마나 많은 소설이나 영화가 만들어졌는지 생각하면 이해가 조금 빠를 것이다.

 

한 직장여성이 있다. 그녀 이름은 가미야 아이, 패션잡지 에디터다. 연하의 남자와 동거를 하고 있고 우연히 팻숍에 데려온 골든 레트리버인 개 리라를 키우고 있다. 이 아이가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와 헤어지고, 리라를 잃게 되는 순간까지를 그려낸다. 일과 사랑, 새롭게 다가온 유혹, 리라를 키우기 위해 시내에서 이사한 집, 점점 힘들어지는 직장생활, 자신도 모르게 점점 쌓여가는 불만과 감정들. 이런 순간들을 작가는 예리하게 포착하고, 섬세하게 보여준다.

 

리라를 키우면서 느끼는 기쁨이 일상에 치여 변화하는 순간 기쁨의 대상이 증오의 대상으로 변질되고, 자신은 점점 수렁에 빠지게 된다. 현실에서 직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 집을 얻은 그녀가 개를 키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조그만 개가 아닌 큰 개라면. 좋을 때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은 항상 나쁜 일이 생기고 나서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인 고스케와 리라를 키우며 리라를 볼 그때를 기다리며 살아가던 그녀가 업무라는 일상에 부딪히고, 꽃 미남의 유혹을 받으면서 자신이 잊고 있던 또 다른 삶의 단면을 보게 된다. 그 순간의 틈으로 찾아오는 짜증과 힘겨움과 고통은 자기가 누리고 있는 즐거움보다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에 더 많은 조명을 비추어준다.

 

일. 그것은 참 중요하다. 가정. 그것도 참 중요하다. 하지만 언제나 둘 모두를 잘 할 수는 없다. 물론 둘 모두를 열심히 하고 누가 봐도 잘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힘들다. 잘하는 사람들조차 그 힘겨움에 짓눌리는 것을 많이 보았다. 이 대립하는 듯한 둘을 모두 가질려는 순간 우리의 마음엔 간사함과 미움과 짜증이 파고드는 것이다.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이 아이만 없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생각하면 더 쉽지 않을까? 이 소설에선 고스케와 리라다.

 

함께하는 일상이 너무 편안하게 되면 하나의 정물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그때 자신만 빠져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심한 외로움과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저 평온한 풍경에 자신만 빠져있고, 옆에 보이는 화려한 장면에선 이들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틈새. 한 번 벌어진 그 틈사이로 혼자 할 수 있다는 자만심과 혼자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자리를 잡는다. 이때부터 연속되는 악순환들. 이 순간 마지막으로 다가온 파국은 자신을 완전히 풀어놓게 만든다. 하지만 다행히 그녀에겐 좋은 사람들이 있다.

 

소중한 것을 알지만 그것을 가꾸는 것은 어렵다. 힘겨움에 짓눌리지만 자존심으로 포장된 오기는 자신을 더 힘들게 한다. 자신이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일이 사랑하는 리라의 존재를 거추장스럽게 여겨지게 한다. 자신도 다른 남자의 유혹에 흔들리고, 고스케도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가있다. 이런 악순환 속에 더욱 무리하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게 되는데 그것은 리라의 암이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짐들이 쏟아지면서 삶은 더욱 힘들어진다. 작가는 이 과정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아이의 심리를 그려낸다. 그리고 그녀는 외친다. 한 달도 아니고 하루도 아니고 한 시간도 아니고 단 일 분만 더 리라와 함께 있게 해달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