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지연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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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가의 데뷔 소설이다.

번역기를 통해 안 원제는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인 듯하다.

이 제목은 책 후반부에 나오는 세 여성의 인생 모토 같은 것이다.

물론 이 문장은 창작이 아닌 영화에서 인용된 대사의 일부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멋진 장면은 도입부에 나온다.

마리가 엉망진창인 남편 로돌프의 생일날에 한방 먹인 그 장면이다.

영화라면 아주 멋진 마지막 장면 같은 상황을 만들어 놓고 마리는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고독 속에 100일 동안 크루즈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는 것이다.


마리의 결혼 생활 20년을 보면 놀랍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너무나도 수동적이고 자신을 억누르고 살았기 때문이다.

남편이 얼마나 많은 바람을 피는지도 딸들이 알려줘서 알았다.

이혼을 말하고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딸들의 응원도 한몫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세계 여행을 떠나는데 이 거대한 유람선에서 절친을 사귄다.

비행기에서 처음 만난 60대의 안, 투자은행에 다니는 스물다섯 살의 카미유 등이다.

이 둘 또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이 사연은 여행과 함께 풀려나온다.

그리고 유람선을 타고 여행하는 장면은 오래된 드라마 <사랑의 유람선>을 떠올린다.


바다 위에서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기착지에서는 그 공간이 확장된다.

대서양을 먼저 지난 후 태평양을 거쳐 다시 마르세유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세계적인 관광지를 모두 거치는 듯한 일정은 읽는 내내 그 도시를 상상하게 한다.

세 여인이 마주하는 각각의 상황과 에피소드들은 또 다른 재미다.

가장 활기차게 이 여행을 즐기는 인물은 카미유다.

학창 시절 뚱뚱했던 그녀는 위 절제술과 성형으로 아름다워진다.

이 미모로 각 여행지에서 탄탄한 멋진 남자를 사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뚱뚱했던 과거 때문에 남자들을 제대로 사귀지 못한 것을 살짝 숨긴 채.

그녀의 연애는 한순간이고, 이 연애는 그녀의 블로그에 기록되어 많은 구독자를 불러온다.


육십 대의 안은 평생의 반려자와 결혼하지 않고 잘 살아왔다.

주변 사람이 볼 때 가장 이상적인 커플 같았는데 오해와 실수가 이어지면서 파국을 맞이한다.

안은 반려 도미니크에게 계속 연락을 하지만 그는 전화도 받지 않고 대답도 없다.

이런 그녀를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마리와 카미유가 한다.

마리는 각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엽서를 사서 그에게 보내라고 한다.

많은 엽서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 보냈지만 그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다 사용하던 카드마저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더 낙담한다.

마리 등은 그녀를 도와주면서 이 세계일주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유쾌하고 즐겁고 화려한 여행은 계속 이어지지만 그녀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100일이라는 시간과 많은 관광지는 시간 제한과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기항지에서 마리가 작은 일 때문에 부딪힌 회색머리의 남자는 처음에는 불쾌했다.

옆방의 이탈리아 여자는 평온을 깨트리는 소음으로 그녀를 불편하게 한다.

이런 것들을 빼면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하는 세계일주는 그녀를 너무나도 행복하게 한다.

이 유람선에 절대 금지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연애 금지다.

고독을 내세운 유람선이기에 연애를 하면 바로 배에서 내려야 한다.

한 노인 커플의 작은 연애 행동이 하선으로 이어질 뻔한 적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독자들은 마리의 연애 감정이 조금씩 싹트는 것을 본다.

고독 속에 여행하는 것을 내세웠지만 사람의 마음은 유람선과 함께 출렁거린다.

읽는 내내 유쾌함과 작은 성장이 이어지고, 세 여성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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