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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74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0월
평점 :
문학과지성 시인선 574권이다.
아주 오래 전 시집을 한 권 정도 읽은 듯한데 정확하지 않다.
이 부정확함은 나의 기억력과 비체계적인 독서 탓이다.
최근 현대시를 읽으면서 좌절하듯 했는데 이 시는 상대적으로 잘 읽혔다.
노년의 시인이 풀어낸 시들은 최근 젊은 시인들과 많이 다르다.
긴 시보다 짧은 시들이 주로 실려 있어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짧다고 해서 그 의미나 이미지가 간단한 것은 아니다.
그 간결함에 묵직한 이야기가, 삶의 경험들이 담겨 있다.
이 시집에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잇다.
대부분 낯익은 이름들이지만 낯선 사람도 있다.
그리움과 감사, 감탄 등이 담겨 있는데 왠지 모르게 삶의 정리처럼 다가온다.
나이가 들면서 감사하고 싶은 사람들을 잊지 않는다는 것도 멋진 일이다.
멋이나 무게를 덜어낸 시어들은 나 같은 중늙은이들에게 바로 와 닿는다.
“단어들 수는 많고 많으며 / 세계 또한 그만큼 많다.” (<단어들>일부)는 상상력을 끝없이 키운다.
<타이밍>이란 시는 하나의 상황을 아주 재밌게 해석했다.
인생은 타이망이란 말이 생각난다.
“잔설을 밟았는데 / 그랬을 뿐인데 / 왜 이렇게 슬픈가.” (<잔설残雪을 밟았는데> 전문)
읽고 나서 왠지 모르게 진한 감상과 여운에 빠졌다.
눈 밟을 때 나는 뽀드득 소리가 주는 즐거움 대신 슬픔이 자리한 것 때문이다.
노년의 시인이 삶을 살아온 방식 중 하나를 풀어낸 시가 <놀다>이다.
괴로움, 슬픔, 싫증하고 노는 그 경지는 부럽기만 하다.
표제시 <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는 지구상에 벌어지는 전쟁의 참극을 다룬다.
‘어휴’와 ‘에이’는 우리가 흔하게 내뱉는 한숨이고, 한탄과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이렇게 각각의 시들은 나의 삶과 이해와 엮여 몸속으로 조금씩 스며들었다.
모두 65편의 시가 담겨 있는데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이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것이다.
한동안 어렵고 무거운 시들에 약간 주눅든 마음이 이 시집으로 조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