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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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예세이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전에는 더 했다.

처음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본 듯하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죽은 의사의 이야기가 무거울 것이란 생각 때문에 포기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이 엄청난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용이 궁금했지만 읽을 책들이 많아 그대로 묵혀둔 채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에 무려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이 나왔다.

서점에 가니 비닐로 포장되어 진열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다른 표지라 몰랐다.

표지 그림에 바람은 뭔가 번진 듯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바람에 날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큰 기대를 가지고 한 신경외과 의사의 마지막 기록으로 들어갔다.


폴 칼라니티가 쓴 부분은 1부와 2부이고, 에필로그는 그의 아내가 썼다.

소설이라면 본편과 후일담 정도라고 해야 할까!

폴은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먼저 말하고, 그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 속에 그가 살아온 길과 바란 미래의 모습 등이 하나씩 펼쳐진다.

힘들게 레지던트 생활을 마무리하고 빛나는 신경외과 의사가 되려는 순간 암에 걸렸다.

처음 그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힘든 레지던트 생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라도 그의 일주일 근무 시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그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내와 작은 갈등을 겪은 후 홀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증상이 드러났다.

분명히 자신의 몸에 병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친구의 도움으로 집에 와서 아내와 상의하고 다시 검사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아내 루시가 보여준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고 대단하다.


폴의 어머니는 인도인이고, 사진을 보면 백인으로 보기 힘들다.

만약 앞부분을 읽지 않았다면 이 이미지는 계속 머릿속에서 작은 선입견을 불러왔을 것이다.

책 속에서 그의 이런 외모가 삶에 어떤 나쁜 작용을 했는지 전혀 없음에도 말이다.

다만 그의 엄마가 아들들의 학업을 위해 엄청나게 학교에 압력을 가한 것은 나온다.

그의 아버지는 세 아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사막의 계곡 도시 킹맨으로 이사했다.

아버지는 심장병 전문의 개업을 했고, 지역공동체의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은 어머니 쪽의 강한 반대가 있었지만 둘의 사랑이 이겼다.

폴이 이 도시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짧게 나오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야기들이 몇몇 있다.

그는 아버지는 형처럼 의사가 될 마음이 처음에는 없었다.

하지만 삶이 어느 순간 그를 의사, 그 중에서 신경외과로 이끌었다.


의학 전문대에 가기 위해 그는 화학과 물리학을 공부한다.

이런 공부보다 강한 인상을 준 것은 시체 해부를 둘러싼 이야기들이다.

시체 해부는 엄숙하고 경건한 학생들이 냉정하고 거만한 의사로 변화하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문장을 읽고 상당히 놀랐고, 의사의 진짜 모습 일부를 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병원 실습과 그곳에서 마주하는 죽음과 탄생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병원과 의사들 이야기들이다.

수술 과정에서 아주 작은 실수가 얼마나 자주 있는지.

이 실수들이 어떻게 다음의 성공으로 이어지는지.

좋은 의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그리고 죽음이 누구도 알 수 없는 순간에 찾아오는 지.


암에 걸리기 전까지 그는 좋은 대학병원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다.

그가 이룬 성과들이 미래를 밝게 밝혀주는 듯했다.

암이 이것들을 모두 무너트리고, 깊은 절망 속으로 그를 몰아넣었다.

하지만 아내와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이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하지 않았다.

그는 암전문가와 상의해서 암을 치료하고, 다시 신경외과 의사가 되기를 바랐다.

실제 초기 치료가 잘 되어 다시 수술실에 들어가 집도를 했다.

이 시기에 아내와 아이를 가지기로 합의를 했고, 생의 의지를 내려놓지 않는다.

결국 암이 재발하고, 악화되면서 죽음에 이르지만 그의 이야기는 진한 울림을 준다.

그가 암과 싸우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 과정 전부가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환자가 되면서 알게 되는 고통, 의사의 책임 회피, 작은 실수 등.

이런 사실과 죽음에 대한 통찰 등이 묵직하게 가슴에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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