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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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은 낯설다.

출간된 책은 생각보다 많지만 번역은 두 권만 보인다.

부제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에 끌렸다.

외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나에게 언어는 하나의 장벽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 판매 부족으로 번역되지 않을 때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업무상 이메일이나 해외 여행에서도 이 어려움은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 저자는 무작정 프랑스 유학을 떠나 이십 년 이상 그곳에서 살고 있다.

오해와 실수로 점철된 이야기는 공감할 부분이 많고 재밌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과 삶이 잘 녹아 있다.


외국어는 어렵다. 쉬운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단순히 단어와 말을 알아듣고 할 수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 말에 담긴 문화적 의미와 상황도 알아야만 한다.

방송에 나오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지만 실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실수를 통해 그들의 한국어 실력이 좋아지는 것과 같이 저자도 그렇게 발전했다.

프랑스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그에게 의존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그의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언어의 문제만은 아니고 일상에서도 자주 만나는 상황이다.

당연히 애정사에서도 만나게 되고, 작은 다툼의 원인이 된다.


편지에 형식적으로 쓰는 문구에 감동하는 장면은 왠지 과한 것 같다.

재밌게 표현하기 위한 것일 테지만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표현들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형식적인 문구를 싫어하지만 업무상 필요에 의해 사용한다.

유학생들의 삶속에서 가끔 듣게 되는 체류연장 서류를 둘러싼 이야기는 읽다 보면 화가 난다.

프랑스의 행정이 얼마나 관료적이고, 비효율적이고, 엉망인지는 너무 많이 들었다.

그런데 프랑스 혁명의 나라에서 아직도 귀족이 있다는 사실에, 아니 높인다는 것에 놀란다.

프랑스 귀족 이야기는 소설 등에서 만나지만 이렇게 인맥 등으로 엮여 있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마지막에 프랑스의 극우세력이 점점 강해진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지만 섬뜩하다.

또 어떤 큰 변화가 가까운 시기 안에 생길지 알 수 없다.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언어도 모르는 곳에 대학 1학년이 왔다.

대단한 열정이고, 무모한 일이면서 엄청난 용기다.

이 무모함과 용기는 현실의 벽에 부딪치면서 조금씩 깎여 나간다.

안으로 움츠러드는 대신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씩 배우면서 점점 좋아진다.

서툰 언어 때문에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는 독자들에게 재미와 공감을 준다.

언어에 담긴 문화 때문에 생긴 일들과 그 말의 진의 때문에 감동하는 부분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그녀의 주치의 선생이다. 너무 환상적인 의사다.

“우리는 서로가 늙어가는 것을 지켜보았군요”라는 마지막 진료 때 한 말은 너무 멋진 표현이다.

이 말을 멋지게 사용할 곳이 너무 많아 나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외국에서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살면서 겪은 일들과 솔직한 감상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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