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1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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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한승원의 소설을 읽었다.

아주 오래 전 그의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단순히 딸 한강의 노벨문학상 후광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작가의 조선 천재 3부작의 다른 개정판들도 이미 작년에 나왔기 때문이다

이 3부작 중 하나는 집에 구판으로 가지고 있다. 다만 찾기는 힘들다.

한때 다산에 대한 책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 적이 있다.

다산을 탐정으로 등장시킨 소설도 있는데 이 소설 속에서도 그런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나 자산도 다산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게으름과 귀차니즘에 포기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전 기억들이 조금씩 떠올랐고, 새롭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다산 정약용의 저서는 굉장히 많다.

거의 유배생활이 길어지면서 저서가 더 늘어난 것이다.

정약용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한 명은 그를 크게 총애한 정조이고, 다른 한 명은 그의 형인 정약전이다.

이 소설 전반부에서는 정조와의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를 총애한 임금이 어떻게 그를 중용하려고 했는지 등이 나온다.

하지만 정조의 사후는 정적들의 공격으로 결코 편히 쉴 수 없었다.

그의 형제들이 한때 믿었던 천주학 때문에 노론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작가는 정약용이 천주를 버리지 않았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천주학과 관련하여 두 인물이 그와 그의 가문을 크게 위협했다.

한 명은 그의 형인 정약종이고, 다른 한 명은 정약용의 조카사위인 황사영이다.

정약종은 도교를 공부하다 이벽에 의해 천주교로 개종한 후 열성신도가 되었다.

제사를 거부하면서 육체는 부모에게, 영혼은 천주에게 받았다고 말한다.

그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 에피소드는 왜 그가 그렇게 외골수가 되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정약종이 황사영을 천주교로 이끌어 들인 것이라고 말한다.

천주교 박해 때문에 쓴 황사영 백서 사건은 또 한 번 정약용으로 죽음 앞까지 몰고 간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도 정약용은 의식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 어머니가 말한 생존법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한다.

그런데 이 현실적인 어머니의 선택이 정약종을 외골수로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기본적으로 시간 순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가의 말에 나오듯이 장면들은 굉장히 많이 쪼개 놓았다.

이렇게 많은 분할은 쉽게 읽을 수 있게 하지만 집중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는 방해가 된다.

하나의 이야기를 다른 제목의 여럿 장으로 나눌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사도세자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이덕일의 주장이 곳곳에서 보인다.

실록의 내용과 다른 부분이지만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한 주장이다.

그의 긴 유배생활을 생각하면 2권이 유배생활로 채워진 것이 이해된다.

본격적인 저술활동에 들어간 시기이고, 제자 양성에 힘쓸 때다.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애절양>를 쓴 인물이 정약용이란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후반부에 가면 초의가 등장해 그들의 교우 관계가 하나씩 흘러나온다.

초의하면 추사를 떠올렸는데 이번에 기억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전까지는 정조가 너무 빨리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재임기간이 생각보다 길다.

무려 24년 동안이나 왕으로 있으면서 개혁 군주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는데 일등공신이었던 노론을 몰아내지 못했다.

이것을 위해 정조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수많은 자료들이 나와있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현재 한국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부패조직을 떠올린다.

작가는 정약용의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쉽게 풀어 쓰고 함축하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이 있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들이 많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언제 늘 그냥 지나가기만 한 양수리 정약용 생가나 한 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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