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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여중 추리소설 창작반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0월
평점 :
제목에 나온 추리소설 창작반은 실제 있는 동아리를 소재로 했다.
그 동아리 이름은 삼현여중 추리소설 창작반이다.
주인공 지은은 타인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다.
농담과 진담을 잘 구별 못하고, 말에 담긴 숨은 뜻 파악도 어려워한다.
이런 그녀가 국어 시험에서 백 점을 받은 것은 교과서를 완전히 외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 창작반 선생님이 지은을 초청한 배경에는 이런 사실이 있다.
하지만 지은에게 추리소설은 낯설기만 하다.
선생님이 내어준 추리소설 한 편 쓰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때 선생님이 논픽션 계열을 이야기하면서 지은의 추리 소설 창작과 탐정 역할이 시작한다.
타인과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만 지은은 그 사람이 가면을 쓰면 바로 알아챈다.
지은은 늘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선생님이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입력한다.
이런 그녀가 추리소설의 소재로 선택한 것은 할아버지가 경험했던 진송 초등학교 화재사건이다.
사건은 학교에서 캠핑을 하던 날 밤 소각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학교를 태운 것이다.
범인은 늘 소각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영자 할머니로 밝혀졌다.
지은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첫 인터뷰 대상을 삼아 대화를 나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 대화 속에서 단서를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지은의 인터뷰 대상은 그날 캠핑에 참여한 사람들로 이어진다.
그러다 영자 할머니의 손자 시우가 할머니는 범인이 아니라는 말하는 것을 듣는다.
자신이 어려 시계를 잘못 봤고, 그때 할머니는 잠자고 있었다고.
처음에는 홀로 캠핑 참석자를 만났지만 어느 순간 동행인이 생긴다.
바로 심해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심혜영이다.
지은의 별명은 말투와 행동 때문에 사이보그의 줄임말 싸보다.
지은은 혜영이라고 부르지만 혜은은 싸보라고 부른다.
이 둘이 가까워진 이유 중 하나가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작가의 작은 위트가 나온다.
이런 작은 재미들이 개성 강한 캐릭터와 어우러져 긴장감을 풀어준다.
무거운 지은 옆에서 가볍게 나불거리는 혜영은 매력적인 조연이다.
둘이 콤비가 되어 조사를 하면서 장난처럼 위험한 순간을 위한 암호도 정한다.
이 암호가 언제, 어떻게 사용되는지 기다리는 재미도 솔솔하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단순히 사실만 전달하겠다는 생각이 바뀐다.
캠핑 당일 있었던 몇 가지 일들이 수상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이들 네 명이 과학실에 늦은 밤 괴담 때문에 찾아간 것도.
이 아이들이 놀라 달아나면서 창밖으로 담배를 피던 영자 할머니를 본 것도.
가장 결정적 증거인 영자 할머니가 담배 피던 장면도 확인하지만 얼굴은 나오지 않는다.
이상하고 수상한 일투성이지만 영자 할머니의 잘못으로 결정났다.
시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영자 할머니처럼 옷을 입은 사람은 누굴까?
지은과 혜영은 홈즈와 왓슨이 되어 자신들의 의문을 더 파고든다.
그리고 폐교 이후 펫 리조트가 들어선 것도 배후를 의심할만하다.
두 소녀의 조사가 점점 더 깊이 파고들면서 지은에게 협박 편지가 온다.
지은은 이 조사를 그만두어야 할까?
이 조사 과정에 지은이 짝사랑하는 남자도 등장한다.
만약 2권이 나온다면 이 둘의 알콩달콩한 로맨스도 조금 넣어주기 바란다.
놀라운 직관과 통찰이 아닌 발로 뛰는 중학생 탐정 지은의 활약은 대단하다.
그 결과물 중 첫째가 바로 인터뷰한 내용을 깨끗하게 정리한 것이다.
이 정리된 내용은 의혹을 복기하는 순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박수를 치고 싶다.
마지막에 사건을 해결하고 지은이 풀어낸 감정은 쉽지만 잘 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추리소설 한 편을 완상하기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보여줄 때 고개를 끄덕인다.
화려하거나 무시무시한 살인 등은 없지만 재밌고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