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잊지 않아
노나미 아사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나처럼 신경이 예민한 사람에겐 약간은 불편한 소설이다. 신경이 예민하다기보다 불안감을 조성하는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불편하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이 소설을 보면서 내가 느낀 첫 느낌이 뭔가가 일어날듯 풍기는 분위기의 연속으로 약간은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어쩌면 이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겠지만 역시 취향이란 것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가족이란 것을 정의하기는 간단하지만 실제 다양하게 보이는 가족들을 보면 쉽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가끔 가족이란 엄청나게 잔혹한 집단이고, 굉장히 이기적이고, 불안을 조성하는 조직으로 보인다. 물론 대단히 친밀하고 서로를 위하고 끊임없이 애정을 제공하는 곳도 많다는 것을 알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큰 유리공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다루어야한다는 조건이 붙곤 한다. 이 조심스럽게 가꾸어야 하는 가족이라는 집단에 조그마한 균열이 생기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괴물처럼 변하는 경우도 자주 접하게 된다.


이 소설 속에서 행복한 일이 생각하지 못한 불행한 사건으로 그 틈을 보여주는데 보고 있으면 불안한 마음을 멈출 수 없다. 재혼한 다카시의 치한 누명으로 아내 아야코의 축복받고 보살핌을 받아야 할 임신도 불안하여지고 중3 수험생 와타루의 학교생활은 왕따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처음에 누가 잘못한 것일까? 누명을 가족에게 설명하지 않고 자신만 알고 몰래 해결하려고 한 다카시일까? 아니면 이런 소문을 들었지만 확인할 용기가 없었던 아야코와 와타루일까? 물론 그 상황이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은 안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서로를 위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문제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 불안한 상황은 주변의 시선과 자신들의 벽으로 인해 더욱 큰 가족간의 균열을 만들고 만다.


일상적인 삶 속에서 가족은 참으로 좋은 보호막이자 활력에 찬 둥지다. 하지만 처음 발생한 틈에 의한 균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자신들의 이해가 엇갈리는 순간에 부딪히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까지 쌓아올린 신뢰는 현재의 이익에 의해, 편리를 위해 무너지고 불신의 벽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여기에 작가는 초점을 맞추고 그 중심에 중3 와타루를 두면서 그 붕괴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평소라면 웃고 지나갈 사항이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에 폭발하는 것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생각했던 의문이 터져 나오고 혹시나? 하는 마음은 역시나! 하는 확신으로 변하게 되면서 그 균열은 점점 커진다. 누구 한 사람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도.


이런 분위기의 심리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가족 균열 과정을 보여주는 짜임새가 긴장감을 잃지 않고 종반까지 이어졌다. 어떤 모습으로 그들의 숨겨진 감정이 드러날까 궁금하게 만들고 이 파국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되어질까 기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그 결말이 마음에 썩 드는 것은 아니지만 무난한 것으로 생각한다. 텐도 아라타의 ‘가족사냥’에 비해 표현수위나 사건의 강도가 약하지만 작가만의 매력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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